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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2

스며드는 저녁 스며드는 저녁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물방울은 동그르 꽃 밑에 꽃 연한 살 밑에 먼 곳에서 벗들은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고 저녁 스며드네 한때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의 모든 주막이 일제히 문을 열어 마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처럼 저녁을 거두어들이는 듯했는데, 지금 우리는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네 양념장 밑에 잦아든 살은 순하고 씹히는 풋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저녁 스며드네 마음 어느 동그라미 하나 아주 어진 안개처럼 슬근슬근 저를 풀어놓는 것처럼 이제 우리를 풀어 스며드는 저녁을 그렇게 동그랗게 안아주는데, 어느 벗은 아들을 잃고 어느 벗은 집을 잃고 어느 벗은 다 잃고도 살아남아 고기를 굽네 불 옆에 앉아 젓가락으로 살점을 집어 불 위로 땀을 흘리며 올리네 잎들은 와르르 빛 아.. 2014. 11. 21.
강석경 단편소설 『숲 속의 방』 강석경 단편소설 『숲 속의 방』 강석경(姜石景,1951∼ ) 의 중편소설로 1985년 발표되었다. 제1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제3의 시각으로 노출시킨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하여 그 동안 무시되었던 제3의 삶,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삶이 가진 진실을 보여준다. 강석경의 문학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는 때 묻지 않은 인간 가치가 어떻게 속물적이고 허위적인 가치에 의해 파괴되는가를 날카로운 의식의 눈으로 끝까지 무섭게 추적하고 있다. 때문에 제도적이고 일상적인 표피로 들어가 그 속에 숨어 있는 진리의 숨결을 포착하기 위해 시적(詩的)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느 점을 알 수 있다. 부잣집 막내딸이자 대학 신입생 소양은 음악을 좋아하고 꽃과.. 2014.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