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지 않은 밤1 새지 않은 밤 / 이문열 새지 않은 밤 이문열(1948~ ) 이것은 오래전 내가 서울서 겪은 영락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나는 이것저것 모든 것으로부터 쫓겨 작은 가방 하나 만을 들고 아스팔트 위를 헤매던 방랑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날이 저물어 올 때쯤에는 나는 드디어 아무 데도 갈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원래 그 거리에는 친구들도 있고 인척도 더러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그들이 모두 머리를 흔들 만큼 신세를 진 후였던 것입니다. 나는 별수없이 그때만 해도 그 거리 어디에나 흔하던 무허가 여인숙을 찾아들었습니다. 독방이 300원, 합숙이 200원. 그런데도 제 주머니에 남은 것은 고작 500원뿐이었습니다. 내가 가방 속에 든 일거리를 그 밤 안으로 끝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돈과 바꾸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진 돈을 아껴야 하.. 2010. 8.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