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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영2

포플라나무 예찬 / 김교신 포플라나무 예찬 김교신(金敎臣: 1901 ~ 1945) (其 一) 낙락장송의 우거진 경개가 장하지 아님이 아니다.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때 독야청청(獨也靑靑)할 만한 의열(義烈)의 사(士가) 아님을 어찌하며, 운표(雲表)에 우뚝 솟은 은행의 거수(巨樹)가 위관(偉觀)이 아님이 아니나, 인의에 기반을 세운 공부자(孔夫子)에게 경원하는 생각이 앞섬을 어찌하며, 매죽(梅竹)이 귀엽지 아님이 아니나 시인 묵객의 취흥을 손할까. 저어하니 차라리 우리는 계변(溪邊)에 반열(班列) 지으며 혹은 고성(古城)에 외로이 솟은 포플라나무를 우러러보고자 하노라. 포플라는 하늘을 향하고 산다. 인간(人間) 살림에 세력 투쟁(勢力鬪爭)이 있고 국가(國家) 생활에 영토 확장(領土擴張)의 야망(野望)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무릇.. 2011. 5. 31.
슬픔에 관하여 / 류달영 슬픔에 관하여 류달영 (1911 ~ 2004) 사람의 일생은 기쁨과 슬픔을 경위(經緯)로 하여 짜가는 한 조각의 비단일 것 같다. 기쁨만으로 일생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이는 사람의 흉중(胸中)에도 슬픔이 깃들이며, 슬프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도 기쁜 웃음이 빛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기쁘다 해서 그것에만 도취(陶醉)될 것도 아니며, 슬프다 해서 절망만 일삼을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내 책상 앞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다. 고호가 그린 이다.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얇게 무늬지고, 넓은 들에는 추수(秋收)할 곡식이 그득한데, 젊은 아내는 바구니를 든 채 나귀를 타고, 남편인 농부는 포크를 메고 그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201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