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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흔들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30일 인문학』

by 언덕에서 2013. 3. 13.

 

 

 

 

흔들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30일 인문학

 

 

 

 

 

힐링서적이나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읽고나면 그게그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호한 말로 추상적이고 안개 같은 관념을 뿌리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래서 어쩌란 거지?" 라는 의문 부호만 더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30일 인문학>을 읽고 난 후에는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일한다고 불평하는 사람이나, 권태를 참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를 그만두려고 다짐하는 사람이나,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 아니라 주어진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일일 것이다. 언제까지 자신의 삶이 불쌍하다며 후회와 한탄으로 하루를 보낼 수는 없다. 그럴 때 인문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직장 동료와의 갈등이 있을 때,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만약 철학자들이라면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만약 사표를 쓰기 전에 니체를 만났더라면 당신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과중한 업무와 치열한 경쟁, 게다가 불확실한 미래, 대한민국 30~40대 직장인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하는 일 없어 보이는 상사는 나만 보면 괴롭히고, 발칙한 후배들은 툭하면 기어오른다. 아무리 회사에 몸 바쳐 일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바닥 난 체력과 스트레스뿐이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하루의 반을 업무에 시달린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일 외에도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해줄 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흔히들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럴싸한 취미생활을 하기에는 여유가 없고,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회사생활을 하는 데 여러 가지 고충이 많은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매일 한 꼭지씩 출퇴근 길 혹은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자투리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30일이 지난 후엔 사소한 문제라도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밸 것이기 때문이다.

 

 

 

◆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동창에게 주눅이 드는데 어쩌면 좋을까?

◆ 마음이 안 맞는 상사와 잘 지내는 방법은?

◆ 현재의 직장에 인생을 맡긴 나,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남들보다 뒤처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과거의 실패했던 기억이 마음에 걸려서 추진하는 일이 두려울 때?

◆ 상사의 부당한 지시대로 한 행동에 내 책임은 있을까?

◆ 나에게는 왜 재능이 없을까?

◆ 상사에게 칼퇴근이 눈치 보여서 고민이 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자신 없는 업무 앞에서 망설여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존경하던 선배의 말이 거슬리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10년차 직장인, 이제 와서 꿈을 꿔도 되는 걸까?

◆ 직장동료들은 왜 나의 진심을 아무도 몰라줄까?

◆ 사표를 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 팀원들이 상사에게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오늘도 스트레스 때문에 퇴근 후 술집을 찾는 당신, 어떻게 해야 할까?

◆ 직장에서 당신이 왕따가 되었다면?

◆ 이직을 고민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 사교성이 좋은 직장 동료의 비결은 무엇일까?

◆ 어젯밤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실수를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승승장구하던 김 팀장이 한 방에 훅 간 이유는 무엇일까?

◆ 시키는 일 이외는 하지 않는 후배들이 눈엣가시라면?

◆ 가기 싫은 회사에서 실시하는 전체 산행은 일의 연장일까? 휴식일까?

◆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은 조직 생활에서 미덕일까?

 이 책은 위와 같은 물음에 관한 대답의 형식인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첫 부분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상황을 이야기 형식으로 제시하여 독자의 공감대를 쉽게 끌어낸다.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누구나 이런 경험을 두고 친구나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아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때 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철학자들의 주장과 이론을 끌어옴으로써 지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철학자의 조언을 토대로 각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다니는 동창에게 자꾸만 주눅이 들 때 들뢰즈의 철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우리가 타인을 판단할 때나 자신을 평가할 때 자부심의 근거를 학벌, 집단, 사회적 지위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들뢰즈에 의하면 외부적인 요소 위에 쌓은 자부심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 이때 외부적인 요소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 자부심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어딘가에 소속됨으로써 느끼는 자부심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성’을 가져야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과거에 실패했던 기억이 마음에 걸리는 경우에는 니체의 철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니체가 사유의 두 가지 상반된 능력, 즉 기억과 망각의 능력 중에서 망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니체는 창조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과거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망각을 긍정하는 니체의 사유는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고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망각은 과거의 기억을 잊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게 하는 건강한 의식이기에 삶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는 기억은 반드시 잊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다시 어찌 해 볼 수 없는 좋지 않았던 선택이나 실수는 깨끗이 잊는 것이 좋다. 너무 뒤를 안 돌아보고 사는 것도 위험하지만, 너무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인문학이라는 약(人文藥)'을 통해 내면의 힘이 커지고 마음의 근육이 키워지면,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문제 덩어리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고 자신을 좀 덜 힘들게 할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은 실제 회사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야기 형식으로 매 꼭지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인문학, 철학에 대해 기본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이제 직장인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철학자들의 빛나는 통찰은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임을 믿는다.

 

 

저자 이호건. 그가 활동하는 직업세계에서는 경영학 박사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질성보다는 차이와 다양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경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부에서는 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기업에서는 교육(HRD)을 전공했다. 지금은 인문학과 철학에 심취해 있다. 직장인에서 컨설턴트와 강사로, 지금은 (주)휴비즈코퍼레이션을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