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소설 『앙티브의 뚱뚱한 세 여자(The Three Fat Women of Antibes)』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단편소설로 1933년 10월 미국의 [Hearst's International Combined with Cosmopolitan] 지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같은 해 11월 영국의 [Nash's Pall Mall] 지에도 실렸다. 1940년 단편집 <The Mixture as Before>에 수록되었다. 작품은 프랑스 리비에라의 휴양도시 앙티브에서 다이어트를 위해 함께 휴가를 보내는 세 여성—베아트리스 리치먼(Beatrice Richman), 서트클리프 부인(Mrs. Sutcliffe), 프랜시스 힉슨(Miss Hickson)양 —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다이어트와 브리지 게임에 몰두하던 중에 서트클리프 부인의 친척인 미망인 리나 핀치(Lena Finch)가 합류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날씬한 리나의 자유로운 식습관은 세 여성의 결심을 흔들고 결국 이들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30년대 당시 부유층 여인들의 의지력과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체면 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다. 작품 구석구석에 작가 특유의 냉소적 시선이 돋보인다. 특히, 외부 인물의 등장으로 인한 세 여성의 시샘과 변덕스러운 감정 변화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더불어 이 단편은 서머싯 몸의 전작들과 연결되는데 그가 평소 인간을 바라보는 일관된 시선—즉, 연민 없는 관찰자의 시선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증을 놓지 않는—을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20세기 초 프랑스의 남동부 해변 도시 앙티브이다. 베아트리스 리치맨 부인은 40대 과부로 80kg가 넘는 비대한 몸을 자랑한다. 프랜시스 힉슨 양은 노처녀로 역시 80kg가 넘는 몸매로 뚱뚱하다. 그녀에게는 리나 핀치라는 이름을 가진 사촌 올케가 있다. 서드클리프 부인은 두 번 이혼 경험이 있는 미국인으로 70kg의 몸매를 가졌고 앞에 언급한 두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날씬하기에 자신이 예쁘다고 착각하고 있다. 세 여성 모두 마흔을 넘긴 나이이며 부유한 계층이다.
뚱뚱한 세 여인이 앙티브 휴양지에서 몸무게를 의식하며 브리지 게임을 즐기며 지낸다. 세 여인은 더 즐겁기 위해서 프랜시스의 친척 리나를 초대한다. 그러나 리나 핀치가 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진다. 남편을 잃어서 의기소침한 리나는 사실 브리지 게임의 일류 선수이다. 리나는 세 여인과 브리지 게임을 하면서 판돈을 싹쓸이한 후 맛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먹는다. 게다가 리나는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게임의 패배로 인한 세 여인의 대화는 논쟁으로, 논쟁은 격론으로, 게임은 결국 분노로 얼룩진 침묵으로 변한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은 세 여인은 이성을 잃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야 만다.
이후, 리나가 떠나자 뚱뚱한 세 여인은 리나를 마음껏 욕한 후 화해한다. 커피가 나오고 따끈한 롤빵과 크림, 푸아그라 등의 음식이 대령하자 세 여성은 파이에 크림을 발라 먹고, 잼을 숟가락으로 퍼먹고, 바삭바삭하고 맛 좋은 빵을 우적우적 게걸스럽게 씹는다. 그들은 말한다. "이 순간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왕자님은 로마의 궁전과 아펜니노의 성이나 지키라지!"

서머싯 몸의 『앙티브의 뚱뚱한 세 여자』는 프랑스 남부의 고급 휴양지 앙티브를 배경으로 중년 여성 세 명이 다이어트를 위해 함께 모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식사량을 제한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견디며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중반부에 리나 핀치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그 연대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리나는 남편의 죽음 이후 신경쇠약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초대되었지만, 전혀 쇠약한 모습 없이 건강하고 활기차며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풍성한 식사를 즐기며 브리지 게임에서는 계속해서 이긴다. 이에 따라 세 여성은 숨겨왔던 질투심과 식욕을 드러내며 불안정한 감정에 휘말린다. 리나의 먹는 모습은 그들의 억눌린 식욕을 자극하는데 그동안 억지로 유지해 온 세 여자의 평온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상류층 여성들의 허영과 위선을 간결하고 냉소적인 문체로 드러낸다. ‘비만’이라는 외적 조건을 둘러싼 여성들의 심리 게임은 단순한 우정의 붕괴를 넘는다. 당시 영국 부유층 여성들의 억압적 미의식 과 위선에 대한 예리한 풍자로 이어진다.
♣
이 작품 중반에 등장한 리나 핀치라는 인물은 일종의 ‘트릭스터(책략가)’ 역할을 한다. 그녀는 세 사람의 금욕적 연대에 틈을 내어 그 틈을 통해 억눌렸던 식욕과 질투가 분출되도록 유도한다. 리나가 그들을 향해 무례하거나 악의를 드러내는 인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자연스럽고 거리낌 없는 행동이 오히려 더 강하게 세 여성의 자존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때 작가는 의도적으로 리나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세운다. 그녀는 감정적으로 위로받을 필요가 있는 인물인 동시에 위선적 공동체를 해체하는 교란자로 기능한다.
결국 이 소설은 다이어트라는 하나의 외피를 통해 인간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포장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우월하게 유지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리한 심리극이다. 작가의 시선은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위선과 질투와 허영이 너무도 인간적이며 보편적이라는 점을 익살스럽게 상기시킨다.
이 작품은 여성 인물들이 중심에 있으나 여성 비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탁월하다. 작가는 이들의 외모나 체형을 조롱하려는 것보다 그 체형을 둘러싼 가치관을 비판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앙티브의 뚱뚱한 세 여자』는 당대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한 ‘몸에 대한 통제’를 유쾌한 조롱을 통해 비판한 작품이다. 동시에 당시 영국 상류층 여성들의 보편적 민낯을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브리지 게임 : 브리지는 네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즐기는 카드 게임이다. 일반적인 카드 놀이와 달리 단순한 운보다는 논리와 전략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52장의 트럼프 카드 한 벌을 사용하며, 두 명씩 짝을 이룬 파트너십이 서로 협력해 승부를 겨룬다.
게임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입찰(bidding)’ 단계다. 네 명의 플레이어가 돌아가며 자신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약(contract)’을 말한다. 이 계약은 몇 번의 트릭(trick, 한 라운드의 승부)을 따낼 것인지, 어떤 무늬를 우선할 것인지(트럼프) 등을 포함한다. 서로 경쟁적으로 입찰하다가 마지막에 가장 높은 계약을 선언한 팀이 그 판의 공격자가 된다.
둘째는 ‘플레이(play)’ 단계다. 공격 팀은 계약을 실제로 달성하기 위해 카드를 내고, 수비 팀은 이를 막으려 한다. 한 번에 네 명이 한 장씩 내면 가장 높은 카드를 낸 사람이 그 트릭을 가져가게 되며, 공격 팀이 계약한 만큼의 트릭을 얻으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로 점수가 계산된다.
브리지는 단순한 카드 운 게임이 아니라 두뇌 싸움과 파트너십의 호흡이 핵심이다. 입찰 단계에서 서로 눈빛과 암묵적인 약속만으로 전략을 공유해야 하며, 플레이 단계에서는 상대의 습관과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그래서 ‘카드로 하는 체스’라고 불린다. 브리지는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국제 대회도 많다. 특히 집중력, 기억력, 협동심을 기를 수 있어 지적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이 끝나면 점수를 기록해 여러 판을 합산하므로, 한 번의 운보다 꾸준한 전략적 사고가 승부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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