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권1 짜장면 / 정진권 짜장면 정진권(1935 ~ ) 짜장면은 좀 침침한 작은 중국집에서 먹어야 맛이 난다. 그 방은 퍽 좁아야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깨끗지 못해야 하고, 칸막이에는 콩알만 한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어야 어울린다. 식탁은 널판으로 아무렇게나 만든 앉은뱅이가 좋고, 그 위엔 담뱃불에 탄 자국들이 검게 또렷하게 무수히 산재해 있어야 정이 간다. 방석도 때에 절어 윤이 날 듯하고 손으로 잡으면 단번에 쩍 하고 달라붙는 것이어야 앉기에 마음이 편하다. 고춧가루 그릇은 약간의 먼지가 끼여 있는 게 좋고 금이 갔거나 다소 깨어져 있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고춧가루는 누렇고 굵고 억센 것이어야 한다. 식초병이나 간장병도 다소 때가 끼여 있어야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댈 수 있다. 짜장면 그릇으로 가장.. 2010. 1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