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단편소설 『총각과 맹꽁이』
김유정 단편소설 『총각과 맹꽁이』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단편소설로 1933년 [신여성]에 발표되었다. 가난한 농촌 총각 덕만이 들병이와의 결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절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덕만은 순박하고 어수룩한 농촌 총각으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들병이와의 결혼을 꿈꾼다. 들병이는 마을에 나타난 작부로, 덕만이에게 희망과 동시에 절망을 안겨주는 인물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 몽태는 덕만의 의형으로, 들병이와의 관계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인물이다. 이 작품에는 당시 농촌 사회의 궁핍함과 희망 없는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소작농의 어려운 삶과 그들이 기댈 곳 없는 상황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농촌 사회의 빈곤과 인간관계의 냉혹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들병이와의 결혼이라는 순수한 희망을 품었던 덕만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김유정 특유의 해학적인 문체 속에서도 인물들의 절망적인 상황이 더욱 드러나는 비극성을 보여준다. 지주에게 착취당하는 소작농의 어려움과 뭉태와 같은 인물을 통해 같은 계급에서도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불평등한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강원도 춘천의 가난한 농촌 마을이다. 가뭄으로 흉년이 예상되는 조밭에서 덕만은 친구들과 힘겹게 김을 매고 있다. 가혹한 도지에 불만을 토로하며 고된 노동에 지쳐가던 중, 마을에 들병이가 왔다는 뭉태의 말에 노총각들은 술렁인다. 평소 장가들기를 소원하던 순박한 총각 덕만은 뭉태에게 술값을 모두 낼 테니 들병이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다.
술자리가 마련되고, 덕만은 들뜬 마음으로 닭까지 잡아 뭉태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막상 술자리에 도착하자 들병이는 다른 노총각들의 관심을 받고, 덕만은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을 붙이지 못한다. 뭉태 역시 들병이를 차지하기 위해 은근히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뭉태는 들병이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운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덕만은 밖으로 나가 그들을 찾고, 콩밭에서 희희덕거리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의형이라 믿었던 뭉태의 배신에 분노한 덕만은 따져 묻지만, 뭉태는 오히려 화를 내며 술값을 내라고 몰아세운다.
결국 들병이는 뭉태를 따라가고, 덕만은 홀로 콩밭에 남아 배신감과 슬픔에 젖는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덕만은 절망하며 "살재두 나는 인전 안 살터이유!"라고 외친다. 날이 밝아오고, 다른 일꾼들은 밭으로 향하지만 덕만은 힘없이 집으로 돌아선다. 골짜기에서는 맹꽁이들이 암수 서로 정답게 울어대고, 그 소리는 마치 덕만을 비웃는 듯 음산하게 들려온다.
일제강점기 척박한 농촌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김유정의 단편소설「총각과 맹꽁이」는 어느 농촌 총각의 소박한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주인공 덕만은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우연히 마을에 나타난 ☞들병이 여인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다. 그녀와의 혼인을 통해 궁핍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소박한 꿈은, 물질적 욕망과 기회주의적인 인간관계 앞에서 무참히 짓밟힌다.
작품은 덕만의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들병이를 매개로 한 주변 인물들의 속물적인 행태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특히, 덕만의 의형인 뭉태는 그의 순수한 호의를 악용하여 들병이와의 관계를 가로채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냉혹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뭉태의 배신행위는 당시 농촌 사회의 인정미 없는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가난한 이들의 얄팍한 연대를 깨뜨리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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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특유의 해학적인 문체는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어수룩한 덕만의 행동과 주변 인물들의 속셈을 익살스럽게 묘사하면서도, 그 이면에 드리워진 절망과 좌절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운다. 특히, 작품의 뒤에 모든 희망을 잃고 맹꽁이 울음소리만을 듣는 덕만의 모습은, 그의 꿈이 산산이 부서졌음을 암시하며 깊은 비애감을 자아낸다.
『총각과 맹꽁이』는 단순한 농촌 연애담을 넘어선다. 이는 일제강점기 하층민의 고달픈 삶과, 그들이 희망을 품기조차 어려운 사회적 구조를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질만능주의와 인간관계의 파탄 속에서 순수한 인간적 가치가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맹꽁이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한 개인의 절망과 시대의 암울함을 상징하는 비극적인 메타포로 기능하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들병이 :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매춘 여성을 속되이 부르는 말, 조선시대 말기부터 성행한 기녀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