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언덕에서 2025. 5. 19. 07:46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6년 작품인 <태풍이 지나가고>는 가족 드라마로, 한때 잘나가던 소설가였지만 현재는 사설탐정으로 일하며 도박에 빠져 사는 료타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혼한 아내 쿄코와 아들 싱고에게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한때는 문학상을 받기도 한 소설가였지만 지금은 사설 탐정으로 전락한 남자 료타가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한 인간으로서 실패를 반복하는 료타는 태풍이 몰아치는 밤, 어머니와 전처,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비로소 멈춰 서고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담담한 시선은 인생의 쓸쓸함과 소소한 희망을 절제된 미장센 속에 녹여낸다.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남자와 그의 가족이 서로의 불완전함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좋은 아버지’와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 매달리는 료타는 태풍이라는 자연의 사건을 계기로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영화는 그 미묘한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한다. 고레에다 특유의 잔잔한 휴머니즘이 빛나는 수작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료타는 탐정 일을 핑계로 쿄코의 집 주변을 맴돌며 싱고와 만나려고 하지만, 쿄코는 료타를 경계하고 싱고에게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료타는 어머니 요시코에게 생활비를 빌려 쓰고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

 

 

 태풍이 오던 날 밤, 료타는 쿄코, 싱고와 함께 요시코의 아파트에 머물게 된다. 좁은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료타는 쿄코와 싱고와 함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료타는 쿄코와 싱고와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료타는 싱고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선물하고, 싱고는 료타에게 "아빠는 꿈을 이뤘어?"라고 질문한다. 료타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싱고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료타는 쿄코에게 재결합을 제안하지만, 쿄코는 거절한다. 쿄코는 료타에게 "당신은 과거에 살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료타는 쿄코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의 행복을 빈다.

 료타는 싱고와 함께 쿄코를 배웅하고, 다시 혼자가 된다. 료타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 영화는 이혼 후에도 가족으로서 연결된 료타, 쿄코, 싱고의 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료타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리고 성장의 의미를 보여준다. 료타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얻는다. 과거의 상처와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료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일상적인 소재, 잔잔한 연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미학적으로 일상의 섬세한 관찰과 정서적 깊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감독은 현실적인 연출을 통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며, 일상의 단면을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특히, 태풍이라는 자연의 사건을 통해 한 인간과 가족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관객이 그 영향을 상상하게끔 하는 열린 결말을 제공한다.

 또한, 영화는 가족이라는 큰 테마를 다양한 세부 소재로 다루며, 관객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감독은 사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챙기며, 일상의 단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미학적 접근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연출을 통해,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과 인간 관계의 복잡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가족, 사랑, 용서, 그리고 성장에 대해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모두가 바랐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료타는 싱고와 함께 쿄코를 배웅한다. 이 장면은 많은 관객에게 싱고가 누구와 살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다. 답은 ‘싱고는 쿄코와 함께 살게 된다’이다. 영화 속에서 쿄코는 이미 료타와 이혼한 상태이며, 싱고를 혼자 키우고 있다. 료타는 싱고를 만나기 위해 쿄코의 집 주변을 맴돌고, 태풍이 오는 날 밤에는 쿄코의 집에 머물기도 하지만, 결국 쿄코와 재결합하지는 못한다.

 

 

 쿄코는 료타에게 "당신은 과거에 살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며, 료타와의 재결합을 거절한다. 이는 쿄코가 싱고를 혼자 키우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료타가 싱고와 함께 쿄코를 배웅하는 것은, 료타가 쿄코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싱고는 엄마인 쿄코와 함께 살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아빠인 료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비록 료타와 쿄코는 이혼했지만, 싱고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