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소설 『목걸이(A String of Beads)』
서머싯 몸 단편소설 『목걸이(A String of Beads)』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단편소설로 1927년 발표되었다. 원제는 "A String of Beads"이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며 일종의 액자식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50년 11월 29일 미국에서 방영된 텔레비전 시리즈 'Somerset Maugham TV Theatre'의 한 에피소드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머싯 몸의 단편집 <The Verger and Other Stories>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 단편집은 [Heinemann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목걸이」는 인간의 삶에서 우연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일확천금이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유혹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15실링짜리 목걸이가 실수로 5만 파운드짜리로 바뀌는 기이한 사건은, 한 평범한 여성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지만, 그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귀족 가문의 가정교사였던 로빈슨 양은 예상치 못한 행운을 발판 삼아 상류층의 삶을 흉내 내지만, 결국 사치와 향락에 빠진 불안정한 삶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화자 '나'의 입을 빌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지만, 현실의 로빈슨 양은 도덕적 이상과는 멀어져 있다. 서머싯 몸은 이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삶의 기회는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결단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우연한 행운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역설적 진실을 지적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화자인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우연히 식당에서 같이 앉게 된 로라라는 ‘리빙스턴 가(家)“ 여인으로부터 가문이 고용한 로빈슨 양이라는 어느 젊은 가정교사와 그녀가 걸고 있던 진주목걸이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날, 열세 명이 리빙스턴 가의 식사 자리에 앉았고 21살의 젊고도 예쁜 가정교사 로빈슨 양도 함께했다. 그 자리에는 보셀리 백작이라는 보석 전문가도 있었다. 보셀리는 가난한 가정교사 로빈슨 양이 걸친 목걸이를 지적하며, 평생 처음 보는 목걸이로 5만 파운드로 가격을 추정했다. 이에 로빈슨 양은 얼굴을 붉히더니 ’15실링’을 주고 샀다고 고백한다.
그때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집사가 로빈슨 양에게 오더니 밖에 남자 둘이 그녀를 찾으며 기다린다고 전했다. 한참 후 그녀가 돌아왔는데 두 남자는 보석 상점에서 왔고, 그날 로빈슨 양이 15실링으로 목걸이를 구매한 후 걸쇠가 헐거워 물렀다가 오후에 교환하였는데 점원이 실수로 5만 파운드 목걸이를 그녀에게 줬다는 것이다. 상점은 로빈슨 양에게 위로금 조로 300파운드 수표를 전했다.
운수대통한 그녀는 그 돈을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4주 동안은 공작부인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이후 그녀는 가정교사에 복귀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아르헨티나 부자를 물어 파리로 떠났다. 극도의 사치 생활하던 그녀는 몇 달 만에 아르헨티나인을 차버리고 그리스인으로 갈아탔다. 어쩌면 파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매춘부가 될지도 모른다고 로라는 말했다.
’나‘는 ’진주목걸이‘ 이야기를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혹시 쓴다면 그녀가 전쟁터에서 다친 가난한 남자를 만나 그 300파운드를 내놓는 이야기를 쓰겠다, 교외에 작은 집을 사고 결혼하며 남자의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안쓰럽고 화기애애하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쓰겠다고 대답했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목걸이」(A String of Beads)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도덕적 귀결, 즉 '악행에는 벌이 따르고, 선행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보편적 윤리 체계를 영리하게 비튼다. 주인공 로빈슨 양은 단지 우연의 수혜자다. 그녀가 손에 넣은 것은 실수로 주어진 5만 파운드짜리 목걸이였고, 그녀가 택한 삶은 교양과 절제를 벗어난 낭비와 유흥의 삶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전혀 단죄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매춘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주변 인물의 냉소를 뒤로 한 채 당당히 무대를 누비며 살아간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우연’과 ‘이야기됨’ 사이의 긴장이 있다. 주인공인 ‘나’는 작가로서 이 극적인 에피소드를 들은 뒤, 그것을 그대로는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는 작가로서 도덕적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이야기는 쓸 수 없다고 느끼며, 그래서 자기 방식대로 플롯을 다시 구성해버린다. 이것은 단지 픽션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라기보다는, 현실이 도덕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문학적 자각이다. 몸은 이 자각을 ‘픽션의 윤리’를 빌려 조롱하며,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이러한 장치는 '모럴 테일(moral tale)'의 전복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La Parure)를 염두에 둔다면, 서머싯 몸은 그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서사를 이끈다. 모파상의 주인공은 가짜 목걸이로 인해 인생을 망친 반면, 서머싯 몸의 로빈슨 양은 진짜 목걸이로 인해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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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 경우든 ‘사건’은 도덕적 성찰의 대상이 아니라 운명의 제비뽑기처럼 제시된다. 이는 실존주의 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부조리(absurdity)'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굴러가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합리적 질서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 기대를 배반한다.
마지막 장면에 작가 ‘나’가 구상하는 '가난한 상이용사와의 사랑 이야기'는 한 편의 순정 서사처럼 들리지만, 실은 작가의 유머와 냉소가 결합된 ‘문학적 신화’의 조롱이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감정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허구를 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폭로한다.
결국 단편소설 「목걸이」는 무도덕과 반윤리의 서사이면서도, 그 안에서 현대적 도덕의 모순을 비추는 작품이다. 윤리의 실현보다 삶의 우연성과 인간의 욕망이 더 리얼하게 작동하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덕적인 이야기인가, 아니면 그럴듯한 이야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