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단편소설 『광풍(狂風) 속에서』
김동리 단편소설 『광풍(狂風) 속에서』
김동리(金東里. 1913∼1995)의 단편소설로 1949년 3월에 [백민]에 ‘형제’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이후 1955년 창작집 <실존무>에 수록될 때 제목이 『광풍 속에서』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1949년 발표된 소설로,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사회를 배경으로 인봉과 신봉 형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8·15 광복을 전후한 혼란한 사회상으로 진영 간의 대립이 극심한 시점이다. 형 인봉의 슬하에는 윤수와 정수 형제가 있고 동생 신봉의 슬하에는 성수라는 11살 아들이 있다. 인봉은 고향에서 군경의 지원을 받아 반공 활동하는 우익단체인 척후대를 조직하고, 신봉은 북한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인민위원장을 하며 좌우익으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눈다. 인봉과 신봉은 형제간이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이념이 상이하여 동생 신봉은‘인민공화국’세상이 되면 언제든지 형을 죽여버리겠다고 자식 앞에서 공언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48년 10월 여수의 거리가 배경이다.
인봉은 우익 진영으로 ‘대동청년단’소속이며, 동생 신봉은 ‘농민조합’소속으로 좌익 진영에 몸담고 있다.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형제는 갈등을 겪는다. 인봉에게는 두 아들 윤수와 정수가 있었는데, 좌익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다.
두 아들의 복수를 다짐한 인봉의 시선은 좌익 세력을 향해 있다. 좌익 세력의 반란 이후 국군이 시내를 장악한 것을 파악한 우익 세력은 동생 신봉의 집을 기습, 점거하지만 그는 도망간 이후였다. 이에 군중들은 그의 처자식을 해치려 한다. 그러나 우익 폭도들이 성수를 찾아 해치려 하는데, 인봉은 몰래 그들 조카를 구출하여 도망한다. 조카를 업은 인봉은 사람을 죽이고 달아나는 무서운 죄인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어두운 골목으로 자꾸만 달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작가의 작품 활동 초기에는, 한국 고유의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 등을 신비적이고 허무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통하여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고, 그 이후에는 그의 문학적 논리를 작품에 반영하여 작품세계의 깊이를 더하였다. 6ㆍ25전쟁 이후에는 인간과 이념과의 갈등을 조명하는 데 주안을 두기도 하였다. 작가는 광복 후 혼란한 조국의 현실 앞에서 자칫 정치주의 문학 앞에 시녀 구실 밖에 하지 못 할 뻔했던 한국 문학의 위기를 구출해낸 실로 중대한 사명을 이룩한 민족 문학의 길잡이가 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좌익계 정치적 문인단체와의 치열한 대결과 함께 문학이 문학 아닌 것으로부터 차별을 갖기 위한 맹렬한 논쟁과 문학 아닌 것을 배제하는 문학 재건 운동의 선두에서 활동하였다.
작가는 일제하에서 문인보국회(文人報國會) 등의 가입을 거부했고, 만주 등지로 여행했으며, 해방 후에는 민족주의적 순수문학을 옹호하기 위하여 조연현 등과 협력하여 [한국 청년 문학가협회]를 창립했으며, 언론계에 몸담기도 했다. 6ㆍ25전쟁 시에는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부대장 등을 맡았으며, 이때를 전후하여 <혈거부족(穴居部族)> <역마> <인간동의(人間動議)> <밀다원시대(蜜茶苑時代)> 등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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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해방 후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하여 좌익과 우익, 노선이 다른 형제간의 이념 다툼과 그로 인한 비극 속에서 인간적인 연민과 화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당시의 이념 대립이 실제로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를 역사 기록물처럼 보여준다.
작가는 인봉과 신봉 형제의 갈등을 통해 해방 후 공간에서 횡행했던 이념 대립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인봉이 조카 성수를 살리는 장면을 통해 인간적인 연민과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분단된 민족의 화합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