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쓸쓸한 들판 풍경과 애절한 음악이 좋았던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언덕에서 2024. 11. 19. 07:49

 

 

 

쓸쓸한 들판 풍경과 애절한 음악이 좋았던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71년 제리 보크가 음악을 맡고 쉘든 하닉이 작사, 조셉 스타인이 책을 쓴 뮤지컬 영화이다. 노만 주이슨이 연출을 맡고 하임 토폴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사랑은 비를 타고> 등과 같이 고전 뮤지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 '숄렘 알레이헴(Sholem Aleichem)'이 쓴 소설 <테비에와 그의 딸들>을 원작으로 하는데,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우유 장수 테비에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19세기 말 러시아 유대인들의 삶과 어려움을 그린 내용이다. 

 1905년경 러시아 제국의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나테브카(Anatevka) 라는 마을의 우유 배달원 테비에(Tevye)를 중심으로 한다. 고요한 이 마을에서 외부의 영향이 유대인 가족의 삶을 잠식함에 따라 유대교의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영화는 원래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로 시작했다. 1964년에 개장한 이 쇼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역사상 최초로 3,000회 공연을 돌파한 뮤지컬 극장이 되었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그리스(뮤지컬)가 공연을 능가할 때까지 거의 10년 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 최장 공연 기록을 보유했다. 이 프로덕션은 매우 수익성이 높았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뮤지컬상, 음악상, 도서상, 연출상, 안무상 등 9개 [토니상]을 수상했다.

 이후 1971년 이 작품은 후에 뮤지컬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각색되었는데, 유대인 특유의 유머와 민속을 절묘하게 결합한 점이 인기를 끌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또한 학교와 지역사회 제작물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4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음향믹싱상>, <음악스코어링상> 등을 받았으며, 2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 아나테브카에 사는 가난한 유대인 우유 장수 테비에는 전통적인 유대교 신앙과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여러 딸을 두고 있으며 가난 속에서도 신에 대한 신뢰와 유머로 삶을 이어간다. 그의 소원은 딸들이 유대 전통에 맞는 좋은 유대인 남성과 결혼하는 일이다.

 테비에의 첫째 딸 차바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결혼 상대를 찾는 듯했으나, 연애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유대인 교사 모틀을 선택한다. 둘째 딸은 혁명적 사상을 가진 청년 페데카와 결혼을 원하면서 점점 테비에의 가치관과 부딪힌다. 그는 딸들의 연애와 결혼을 반대하지만, 그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조금씩 양보한다. 

 

 셋째 딸 하바는 전통을 완전히 거스르며 비유대인인 러시아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 테비에는 큰 충격을 받으며  절연을 선언할 정도로 분노한다. 유대인 사회의 통념과 신앙을 깊이 중시하는 테비에에게 딸의 선택은 큰 배신일 뿐이다. 

 이후 테비에 가족은 시련을 겪는다. 마을에는 반유대인 정서가 팽배해지며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면서 결국 테비에 가족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딸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고, 테비에는 점차 홀로 남았다가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이 되고 만다.

 테비에는 결국 고향을 떠나면서 가족과 헤어짐을 받아들인다. 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고 테비에는 자신의 신념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싸워 온 여정을 되돌아보며 쓸쓸하게 마을을 떠난다.

 

 이 영화는 유대인의 전통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의 그들 가족 간 갈등을 그리고 있다. 또한 신·구 세대 간의 복잡한 감정과 시대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는 테비에의 유머와 슬픔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지키고 있는 유대인 특유의 전통과 시대의 변화 사이에서의 갈등을 겪는 그의 모습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유대인 사회와 문화, 관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내어 그들만의 독특한 민속적 정서를 알려준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테비에의 전통적인 유대인 정체성과 가족을 위한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딸들이 점점 전통을 벗어나려는 결혼을 선택할 때 테비에가 갈등을 겪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1971년 제작된 이 영화에서 주연 배우 토폴(Topol)의 테비에 연기가 큰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연극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976년, 1981년, 1990년, 2004년 무려 네 차례나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된 불후의 명작으로 우크라이나의 작은 유대인 마을 아나테브카가 배경이다.

 우유가공업을 하는 테비에가 다섯 딸을 키우면서 겪는 세대간의 갈등과 가족간의 사랑이 주요 내용인 이 영화는 요즘의 세대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영화로 제작될 당시에는 인기를 끌었다. 대표곡인 '선라이즈, 선셋'은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상위권에 랭크되는 곡이었다. 영화 OST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스턴이 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음악은 토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원작 소설의 주제와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음악과 춤, 유머를 더해 새롭게 각색되었다. 이 뮤지컬과 영화는 테비에의 내면적 갈등과 유대 공동체의 현실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밝은 유머와 감동적인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유대인 공동체가 겪는 아픔과 희망을 따뜻하게 그려내어 알레이헴의 원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유대 문화와 정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작중 등장하는 러시아의 작은 마을 아나테브카(Anatevka)는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 아니라, 작가 숄렘 알레이헴이 창작한 가상의 장소이다. 하지만, 알레이헴이 작품을 쓴 당시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작은 유대인 마을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숄렘 알레이헴(Sholem Aleichem, 1859–1916)은 동유럽의 유대인 작가로, 특히 이디시어 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본명은 솔로몬 나움비치 라빈노비츠(Solomon Naumovich Rabinovich)로, 우크라이나의 페레야슬라브(Pereyaslav) 근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여러 유대인 마을을 전전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당시 유대인들이 겪은 생활상의 어려움과 박해를 작품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에는 작중 아나테브카와 유사한 유대인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며, 실제로 키이우 근처에 아나티브카(Anatevka)라는 마을이 설립되기도 했다. 그는 유머와 풍자를 사용해 유대인 공동체의 삶과 고민을 사실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내어, "유대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