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희곡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Troilus and Cressida)』

언덕에서 2024. 12. 31. 07:09

 

 

 

셰익스피어 희곡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Troilus and Cressida)』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1601년 <햄릿>을 쓴 직후인 1602년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희곡으로 1603년경 상연되었고, 1609년 출판되었다. 줄거리는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크레시다를 경박한 음부(淫婦)로 하며, 또한 전설 중의 영웅ㆍ미인들을 왜곡시켜 조롱 조로 비꼰다든지, 비극인지, 희극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많아 예로부터 의문의 작품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작품 중에 나오는 서시티스(Thersites)라는 장애인 독설한(毒舌漢)이 유명하다. 드라이든의 개작(改作: 1679)은 걸작이라 일컬어져 18세기에 상연되었다.

 이 작품은 희극인지, 비극인지 분류가 안 되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역사극으로 분류됐다가, 이후 비극으로, 현재는 블랙코미디 또는 문제극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학자 간에도 희극적 비극, 비극적 희극, 기분 나쁜 코미디, 허무한 비극 등으로 이견이 많다. 셰익스피어가 일부러 모든 장르를 다 무시한 작품으로 쓴 것인지, 아니면 인생과 세상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보여주려고 마음먹고 유명인의 한심한 면, 영웅들의 바보스러운 면, 사랑의 불확실성 등에 초점을 맞춰 쓴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호머의 <일리아드>가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대한 영웅의 서사시이고,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가 가슴 아픈 사랑의 서사시라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정반대의 반영웅주의를 그리고 있다. 아킬레스가 헥토르를 당해내지 못하자 쉬는 틈을 이용해 뒤에서 찌르고, 크레시다 는 사랑의 맹세를 헌신짝처럼 버린다. 두 나라 군대의 싸움은 물론 내부의 갈등, 사랑의 배신, 껍질뿐인 영웅주의, 명예의 허무함 등을 다루며 ‘반전주의’ ‘인간 존재의 가벼움’ ‘인생의 허무함’ 등 현대적인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트로이 전쟁 중, 트로이의 막내 왕자 트로일러스는 그리스 진영으로 넘어간 신관 칼카스의 딸 크레시다를 사랑하게 된다. 크레시다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둘은 서로 사랑을 맹세한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크레시다는 그리스 진영으로 보내지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는 트로일러스를 배신하고 그리스 장수 디오메데스와 관계를 맺는다.

 트로일러스는 크레시다의 배신을 목격하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동시에 트로이 전쟁의 상황은 악화하며 양측 간의 전투는 계속된다.

 트로일러스는 크레시다의 배신을 직면하면서 분노와 절망에 빠지고, 트로이 전쟁에서 더 큰 비극이 예고된다. 아킬레스는 헥토르를 불공정하게 죽이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낸다.

 트로일러스는 개인적으로나 전쟁에서나 모두 실패를 경험하고, 전쟁과 사랑 모두에서 무력함을 느끼며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셰익스피어 희곡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는 트로이 전쟁의 전설적인 인물들과 사건을 다루지만, 기존의 영웅서사시와 달리 반영웅주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킬레스가 헥토르를 공정하게 맞서지 않고 비열하게 죽이는 장면이나 크레시다가 트로일러스를 배신하는 장면 등은 영웅이나 사랑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비틀며 인간의 나약함과 배신을 강조한다.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며, 크레시다는 남성들의 욕망 때문에 대상화된 존재로 묘사된다. 트로일러스는 처음에는 크레시다를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지만 그녀의 배신을 경험하면서 그녀를 일종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을 얻기 전까지는 더 큰 가치를 부여하지만, 소유한 후에는 그 가치를 상실한다고 보는 남성적 판타지를 드러낸다.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는 트로이 전쟁이라는 큰 역사적 사건과 그 속의 인간관계를 다루며 전쟁과 사랑이 모두 허무하고 불완전하다는 주제를 부각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과 판타지에 의해 움직이며, 이에 따라 그들의 관계는 점차 파괴된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트로이 왕자 트로일러스와 그리스 진영으로 넘어간 신관 칼카스의 딸 크레시다의 사랑과 배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비극이나 희극으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으며 블랙코미디 또는 문제극으로 평가된다. 주요 테마는 사랑의 배신, 영웅주의의 허무함, 전쟁의 무의미함으로, 반영웅주의적 요소와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풍자적으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