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우화소설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Die Märchen von der grünen Schlange und der schönen Lilie)』
괴테 우화소설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Die Märchen von der grünen Schlange und der schönen Lilie)』
독일 시인·극작가·사상가 괴테 (Goethe, Johann Wolfgang von.1749∼1832)가 쓴 서사적 우화 또는 환상적 동화로 1795년 발표되었다. 역자에 따라 『초록뱀과 백합 아가씨』로도 번역되었다. 괴테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이야기는 괴테가 쓴 <대화집 빌헬름 마이스터의 여행의 해(Die Unterhaltungen deutscher Ausgewanderten)>에 수록된 "동화"로, 철학적이고 신화적인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동화가 태어난 배경을 보면 괴테가 만든, 고도의 문학예술임을 알 수 있다. 괴테가 독일 고전작가 프리드리히 폰 실러와 교분을 나눴던 프랑스 대혁명 시절에 실러가 쓴 <미학 편지>에 대한 화답으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 동화였다. 훗날 인지학(人智學)을 창시한 독일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자서전 <내 삶의 발자취>에서 “괴테는 이 동화를 통해 자신의 형상 인식을 실러의 개념 인식과 대립시켰다”라고 하였다.
이야기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인 인과 관계보다는 상징과 이미지가 주된 역할을 한다. 주요 등장인물은 초록뱀, 백합 아가씨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다. 이야기는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개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초록뱀은 땅속에 거주하면서 금, 은, 보석 등을 먹고사는 뱀이다. 그녀는 강력한 상징적 존재로 변신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초록뱀은 물속에서 금을 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추구한다.
다른 등장인물 백합 아가씨는 아름답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든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저주를 안은 인물이다. 그녀는 고립된 존재로, 아름답지만 주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백합아가씨는 인간 세상과도 연결될 수 없는 신세다.
또 다른 등장인물 노인과 두 젊은이는 각각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초록뱀과 백합 아가씨의 운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인은 영적인 지혜를 상징하고, 젊은이들은 변화와 성숙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해석된다.
초록뱀이 자신이 금으로 만든 다리 위에서 변신하여 백합 아가씨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백합 아가씨의 아름다움은 저주받아 그녀에게 가까이 가는 모든 생명체를 죽게 했지만, 초록뱀의 희생과 변신을 통해 결국 아가씨의 저주는 풀리게 된다.
이 작품은 명확한 교훈이나 전형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는 작품이 아니다. 대신 이야기의 대부분은 상징과 철학적 주제에 기반을 둔다. 초록뱀은 변신과 통합의 상징으로, 뱀의 재생 능력과 관련된 신화를 연상시킨다. 백합 아가씨는 순수함과 죽음, 혹은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현실의 갈등을 상징한다.
초록뱀은 삶을 희생하여 백합 아가씨를 구원한다. 이 희생은 단순한 희생을 넘어서서, 변화와 변신을 통해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초록뱀의 행동은 자연과 인간, 죽음과 재생, 영혼의 성장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이 이야기는 두 세계, 즉 현실 세계와 영적인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초록뱀과 백합 아가씨는 인간 세상에서 떨어져 있으나 그들의 상호작용은 결국 이 두 세계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주제는 괴테가 자주 다루는 자연과 초자연, 물질과 정신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등장인물들, 특히 젊은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고난을 통해 성숙해 가는 인물들이다. 이는 영혼의 진화와 내면적 성장을 상징한다. 이러한 성장은 괴테의 다른 작품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 백합 아가씨는 가까이 다가가는 모든 존재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초록뱀은 이러한 죽음을 변형시켜 생명으로 되돌린다. 이로써 괴테는 생명과 죽음의 순환 그리고 어둠과 빛의 대립을 작품에 심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상징적인 대립은 고전적인 문학과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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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독일 고전작가 프리드리히 폰 실러와 교분했던 프랑스 대혁명 시절, 실러가 쓴 <미학 편지>에 대한 화답으로 괴테가 내놓은 작품이 바로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동화이다. 훗날 인지학을 창시한 독일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 동화에서 '신비극'의 영감을 받기도 하였다. 동화는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둔, 두 세계 여기저기 사는 사람들과 환상 존재들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이 압축된 시간 안에 거의 시(詩)에 가까운 문학적 표현을 통해 전개된다. 이야기의 결말은 독특하게도 신비적인 화합을 보여준다. 백합 아가씨의 저주가 풀리고, 초록뱀은 자신을 희생한 뒤 새로운 현실이 창조된다. 이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넘어서 영적 성취와 내면적 조화를 상징하며, 인간의 삶과 우주의 상호 연관성을 표현한다.
괴테의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은 단순한 동화를 넘어서는 철학적 우화로, 현실 세계와 초자연적 세계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의 통합, 변신과 희생 그리고 영적인 깨달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괴테의 철학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신화적 상징과 예술적 환상성을 통해 고전 문학 속에서 깊이 있는 정신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작품은 괴테가 신비주의와 인간의 내면적 진화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괴테가 탐구했던 이상적인 조화, 변화의 불가피성, 영혼의 성숙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