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희곡 『파우스트(Faust)』 작품 해설
괴테 희곡 『파우스트(Faust)』작품 해설
Ⅰ. 개요
1. 마술사 파우스트 전설
독일 대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년)가 전 생애를 바쳐 쓴 희곡으로 1808년에 제1부를, 1831년에 제2부를 완성하였다.
15∼6세기경에 존재했다는 ☞ 마술사 파우스트 전설에서 취재하여 시작(詩作)을 꾀한 인물은 괴테 이전에도 많았다. 영국 극작가·시인 말로(Christopher Marlowe. 1564∼1593)가 1588년경에 이 전설을 극으로 만든 ☞ 희곡 <파우스터스 박사> 내용이 영국의 광대에 의해 독일에 유포되었다. 그 결과, 독일 민간에서 공연된 통속극 <파우스트>는 다분히 광대극적인 요소였으며, 대중은 신을 배반한 파우스트의 비참한 최후에 갈채를 보냈다. 독일 극작가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1729∼1781)은 파우스트가 궁극에 있어서 구제된다는 내용의 희곡을 시도했으나, 해당 작품은 일부분만이 현존할 뿐이고 전모는 전해져 있지 않다.
2. 운문으로 쓰인 희곡
『파우스트』는 운문으로 쓰인 희곡이다. 따라서 운율과 호흡을 고려하며 읽어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괴테는 전설의 인물 파우스트를 괴테의 시대에서 재해석했다. 괴테의『파우스트』는 희곡이면서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줄거리를 단박에 파악하기 어렵다. 한달음에 다 읽기도 어렵거니와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펼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앞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특히 제2부는 제1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에게도 모호하고 낯선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괴테는『파우스트』를 완성하는 데 60년을 소비하였다. 1774년에서 1775년까지 우선 <우어 파우스트(Ur Faust)>를 제작했고, 1790년에 <단편 파우스트>를 간행했으며, 1808년에 <파우스트 비극> 제1부를 발표하였다. 마침내 1831년에 제2부를 완성했고, 이것은 1832년에 유고로 출판되었다. 괴테는 12,111행에 이르는 대작을 20대 초에 쓰기 시작해서 60여 년간 탈고를 거듭하다가 83세의 나이로 눈을 감기 직전에 완성했다. 그는 각계각층이 쓰는 생동감 있는 어휘에 고대와 근대를 넘나드는 문학적 양식을 입혔고, 그리스·로마 신화, 민간설화, 철학 사상 등을 담아 인류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를 창조했다. 이 작품에는 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의 사상적 배경, 곧 인간중심주의와 맹목적 발전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담겨 있다.
3. 천상의 서곡과 긍정적인 결말
괴테의 희곡『파우스트』는 <천상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신이 천사들의 찬미를 받는 중에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여, 파우스트를 유혹할 것을 허락받으려고 한다. 신은 '인간이 노력하는 한 헤매지만, 궁극에는 옳은 길을 그르치지 않음'을 말하고, 그의 요청을 허용한다. 이후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의 노력과 열망이 구원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긍정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 유학생 최승만(필명 극웅)이 잡지 [현대]에 한 단락을 번역해서 처음 소개한 뒤로 수많은 역본이 출간되었다.
Ⅱ. 줄거리
1. 제1부
●제1부의 내용은 대략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학자의 비극과 악마가 안내하는 세계 그리고 그레트헨의 비극이다.
(1) 학자의 비극
인간의 온갖 지식이 가진 한계에 절망하고 있는 노학자 파우스트는 주문(呪文)으로 불러낸 지령(땅신. 地靈)의 꾸짖음을 받고, 지식의 허무함을 깨달아 자살하려고 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노력하는 사람을 구제하는 신을 부정하는 존재다. 신의 총아 파우스트의 마음에 나태함을 일으키도록 유혹하며 파우스트에 내기를 제안한다.
파우스트는 생생한 인식을 갈망한다. ‘인생을 심오한 곳에서 지배하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내가 노예로서 너에게 봉사하여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체험하게 하여 준다. 대신, 만일 네가 어느 한순간에 대해서 '멈추어라, 너는 너무도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휴식을 원하게 되면, 너의 영혼을 영원히 악마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라고 제안하여 둘 사이에 약속이 이루어진다.
(2) 그레트헨의 비극
이리하여 파우스트 박사의 인생 편력이 시작된다. 20대의 청년으로 젊어진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데리고 여행에 나서는데 15세 소녀 그레트헨을 사랑하게 된다. 파우스트와의 사랑 때문에 그녀는 어머니와 오빠를 죽음으로 모는 원인을 제공하는 등 불행에 빠진다. 마침내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아기를 죽이게 되어 처형당하게 된다. 그녀는 고뇌와 굴욕 속에서 반미치광이가 되고, 파우스트는 감옥에 갇힌 그녀를 구출해 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레트헨의 거부로 허사로 돌아가고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을 뒤에 남겨두고 파우스트는 감옥을 떠나고 만다.
2. 제2부
● 제2부는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막과 제4막은 중세 황제의 세계, 제2막과 제3막은 고대 그리스 세계와 헬레네 이야기, 제5막은 전체 작품의 마무리다.
(1) 제1막 : 황제의 궁정에서 (황제의 궁정과 주변 세계)
우아한 토지에서 파우스트가 자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후 파우스트는 황제의 궁정으로 이동하여, 황제와 그의 정치적 문제를 다룬다. 황제의 국가는 재정 위기에 처해 있고, 메피스토펠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새 화폐를 발행할 것을 제안한다. 황제는 이 제안에 따르고, 국가는 다시 경제적인 번영을 맞이한다. 동시에 파우스트는 예술과 문화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며,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을 꿈꾸기 시작한다. (황제 앞에 무대가 펼쳐진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마법으로 고대 그리스 신화의 파리스와 헬레네를 죽음의 나라에서 불러온다. 헬레네의 아름다움에 혼미해진 파우스트는 그녀에 손을 대려다 혼절한다.
(이 막은 현실적인 정치적 문제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초자연적 능력이 결합한 부분이다. 이 막에서 파우스트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2) 제2막 : 고대 그리스로의 여정 (고전적 발트파르기스 밤)
파우스트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세계로 이동한다.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고전적 발트파르기스 밤에 참석하는데 이곳에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괴물들이 등장한다. 혼절한 파우스트를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옛 서재로 옮겨간다. 그곳에서는 파우스트의 제자 바그너가 마침 인조인간의 제작에 성공하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인조인간의 안내로 ‘고대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운반되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그리스의 전설적인 미인 헬레네를 만난다.
(이 막은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막의 주요 주제는 예술, 미의 이상 그리고 고전적 이상에 대한 탐구이다. 파우스트의 여정은 고대 세계와 현대세계의 충돌을 상징하며, 그의 이상 추구가 개인적 욕망을 넘어선 차원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된다. 또한 헬레네와의 관계는 중세적 세계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이상이 융합되는 상징으로 그려진다)
(3) 제3막: 헬레네와의 만남 (스파르타)
파우스트와 헬레네는 서로에게 매혹된다. 그들은 결혼하여 아들 유포리온(에우포리온)을 낳는다. 유포리온은 사고로 암석에서 떨어져 죽는다. 슬퍼한 나머지 헬레네도 죽음의 나라로 가고, 의복과 면사포만이 남는다. 파우스트는 고대의 이상을 찾으려 하지만, 이는 결국 파멸로 이어지는 비극일 뿐이다. 파우스트는 헬레네와 유포리론을 잃은 후 다시 절망과 고독 속으로 빠져든다.
(이 막은 파우스트가 추구한 이상적 세계가 현실과는 화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4) 제4막: 전쟁과 새로운 세계 건설 (황제와의 협력)
파우스트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황제와 함께 내전에 참전한다. 아우의 쿠데타로 황제는 왕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법의 도움으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대립(對立) 황제를 격퇴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 공로로 파우스트는 황제에게서 해안가의 넓은 영토를 하사 받는다. 대재상이자 대주교는 파문을 빌미 삼아 황제를 협박하며 황제의 땅과 파우스트가 받은 봉토에서 교회의 권한을 요구한다.
(이 막은 파우스트가 개인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인간적 한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성과 속의 대립이 드러난다)
(5) 제5막: 파우스트의 최후와 구원 (파우스트의 죽음과 천국으로의 승천)
반란군을 진압한 공로로 불모지를 소유령(所有領)으로 하사받은 파우스트는 땅을 개발하여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를 혹사하게 되며, 이 때문에 기도 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 부부를 과실치사(過失致死)하게 된다. 그는 바다를 간척해 거대한 땅을 만들어 그곳에 수백만 명의 백성이 들어와 살게 한다. 파우스트는 막대한 권력과 재산을 지닌 영주 자격으로 궁전에서 산다. 파우스트는 100세의 고령에 달하여 수심(愁心)의 입김에 실명(失明)하나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또 현재를 보며 매우 만족한다. 그러나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대로 파우스트가 죽어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획대로 그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천사들에 의해 거룩한 성모마리아에 인도되어 천국으로 상승한다. 그의 부단한 노력이 신에 의해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Ⅲ. 해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치는 글(헌사)>, <무대에서의 전희(前戱)(또는 무대의 서곡)>. <천상의 서곡>이라는 세 개의 시적인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 중 희곡의 줄거리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것은 <천상의 서곡>이지만, 앞의 두 가지 문도 이 작품의 성립과 수용 방법에 대한 작가의 감회와 원망을 표현한 것으로 중요하다. 작품 전체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 제1부는 고딕풍의 서재, 성문 앞, 아우엘바흐의 지하 술집, 마녀의 부엌, 거리, 말테의 집과 정원, 그레트헨의 방, 우물가, 블로켄 산 위의 발프르기스의 밤, 사원, 들판 등 감옥과 같은 세계 속에서 펼쳐진다.
■ 제2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지방에서 시작되며, 제1막은 황제의 성, 제2막은 고대 그리스의 파르잘루스 벌판, 제3막은 중세 게르만풍의 성채, 제4막은 알프스를 생각나게 하는 고산지대, 제5막은 넓은 간척지라는 대세계를 무대로 전개된다. 이처럼 현저하게 다른 두 세계에 등장하는 파우스트는 제1부에서는 개성적으로, 제2부에서는 유형적ㆍ전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1. 자기 실현의 인간중심주의
원래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중세 말기의 마법사로 자연과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어 악마와 계약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신의 단죄를 받는 인물이다.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의 운행이치를 인간 이성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신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보면 전설의 파우스트는 근대의 여명기에 그리스도교의 권위와 금기에 맞서 인간중심주의를 추구한 인간형의 표본인 셈이다.
작중인물 파우스트는 단지 욕망을 좇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펼치고자 몸부림친다. 반면 메피스토펠레스는 도덕과 이상, 삶의 가치를 끊임없이 부정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두 개의 목소리와 같다. 이처럼 중세 유럽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본성과 삶의 원형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와 인간성의 한계, 선악의 개념에 관해 낯설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편으로는 모순투성이 삶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파우스트는 단지 육욕, 황금, 권력, 명성을 추구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엔텔레케이아’, 즉 자기 속에 지닌 목적과 가능성을 완전히 펼치려고 했다. 때로는 악행을 저지르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자기실현’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간다. 그러나 파우스트의 행동과 실천은 언제나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파우스트의 욕망은 결국 그레트헨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파우스트의 자아 확장 욕구는 극단적인 자아 분열과 황폐화로 귀결된다. 그가 꿈꾸었던 ‘푸르른 삶’의 원천인 여성성과 모성의 파괴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2. 자기 성찰이 없는 근·현대의 유럽 제국에의 반성
자신의 욕구와 신념에 충실할수록 파괴적 혼란을 초래하는 비극적 양상은 2부에서 역사의 세계로 확장될 때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정치가로 변신한 파우스트는 이상적 공동체의 터전을 개척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자비한 인명 살상과 착취를 일삼는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구적 합리성에 사로잡혀 있다. 과업을 완성하는 순간 파우스트는 눈이 멀고 만다. 그럼에도 지상낙원이 눈앞에 펼쳐졌다는 환각에 빠진 파우스트를 가리켜 메피스토펠레스는 '완공된 간척지가 다름 아닌 파우스트의 무덤'이라고 비꼰다.
파우스트 프로젝트의 이러한 비극적 아이러니는 국민 동원 체제와 유럽 제국의 타 대륙·지역을 향한 식민지 착취 위에 강화된 근·현대 국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나아가서 인류문명이 자기 성찰을 결여할 때는 파국적 재앙을 잉태하는 눈먼 질주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19세기의 『파우스트』는 문학사의 정전으로 모셔 둘 책이 아니라 21세기 독자들이 읽어야 할 ‘인류사의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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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는 서구 근대세계를 탄생시키고 지탱해 온 인간중심주의와 맹목적 발전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담는다. 사적 영역에서 전개되는 1부에서는 근대적 자아의 탄생,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중심 주제를 이룬다. 공적 영역에서 펼쳐지는 2부에서는 근대화 과정의 역동성과 내적 모순이 전면에 두드러진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마법에서 깨어난 현대의 문턱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 끝없이 갈망하며, 제 뜻대로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현대세계의 기획자로 등장한다. 그는 또한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여 삶을 남김없이 맛보려는 무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만 준다면 영혼도 바치겠다는 파우스트의 내기는 욕망의 충족에 모든 것을 바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3. '영원한 여성성(Ewige Weiblichkeit)과 파우스트의 구원
신의 섭리를 대체하려는 파우스트의 절대정신은 끝없는 자아 확장을 꿈꾸면서 시공간을 가로질러 쉴 새 없이 방황한다. 마법의 힘으로 젊어진 파우스트는 아름다운 소녀 그레트헨 마르가레테와 사랑에 빠짐을 시작으로 온갖 쾌락을 경험해 나간다. 신화 속 세계를 여행하고, 고대의 절세 미녀 헬레네와 결혼하고, 전쟁 영웅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결국에는 한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가 된다. 그렇지만 파우스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손에 넣고자 애쓴다. 이런 모습에서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괴테의 통찰과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이는 또한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파우스트의 이러한 모험을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은 ‘현대세계의 일리아드’에 비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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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여성성은 순수함, 사랑, 자비와 같은 가치를 상징하며, 구원과 구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파우스트가 영적 구원을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파우스트는 단순히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 헌신, 자비와 같은 감정적 경험을 통해 완성에 가까워진다. 그레첸(마르가레테)과의 관계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파우스트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그레첸을 비극에 빠뜨렸지만 그녀의 따스한 영혼이 후에 파우스트를 용서하고 구원으로 이끈다.
높고 고귀한 영역에서 얻는 성취감과 가장 낮은 자리에서 느끼는 고통을 모조리 맛보고도 만족을 모르던 파우스트의 욕망은 마침내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는 순간 멈춘다. 악마와 맺은 계약대로라면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초월적이며 여성적인 사랑의 힘으로 파우스트는 구원받는다. 이처럼 모순투성이 현실에서 노력하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좌절하지 않고 진정한 자기실현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 마술사 파우스트 전설 : https://yoont3.tistory.com/11303392)
☞ 크리스토퍼 말로희곡 <파우스터스 박사>: https://yoont3.tistory.com/1130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