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종합지 [개벽]
월간종합지 [개벽]
1920년에 창간되었던 월간종합잡지로 A4판. 160쪽 내외였다. 천도교단(天道敎團)에서 민족문화 실현 운동으로 세운 [개벽사(開闢社)]에서 출간하였으나, 1926년 8월 1일 통권 제72호(8월호)를 끝으로 일제의 탄압으로 폐간되었다.
천도교는 항일운동과 신문화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던 중, 민족 문학의 수립과 민족 전통의 문화유산 확립을 기본으로 언론·학술·종교·문예를 게재하는 종합월간지를 발간하기로 하고, ‘후천개벽 사상’에서 이름을 따 ‘개벽사’를 창업하고 [개벽]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때 사장은 최종정(崔宗禎), 편집인은 이돈화(李敦化), 발행인은 이두성(李斗星), 인쇄인은 민영순(閔泳純) 등이었다. 창간 이유는 “세계사상을 소개함으로써 민족자결주의를 고취하며, 천도교 사상과 민족사상의 앙양, 사회개조와 과학 문명 소개와 함께 정신적ㆍ경제적 개벽을 꾀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체 지면의 약 3분의 1을 문학과 예술 면으로 할애하여 소설·시조·희곡·수필·소설이론·그림 등을 게재하였고, 문체는 국한문혼용체를 썼다.
그러나 창간호는 발간과 동시에 일제에 전부 압수당하는 비운을 겪었으며, 그 뒤에도 계속 시련을 겪었다. 1926년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폐간될 때까지 발매금지(압수) 34회, 정간 1회, 벌금 1회 등 많은 압력과 박해를 받아왔으며, 그로 인한 경영난도 심각하였다. 1934년 11월 차상찬(車相讚)이 [개벽]을 속간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 내었으나, 1935년 3월 1일 다시 폐간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전의 [개벽]과 성격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었다. 광복 후 1946년 1월 김기전(金起田)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개벽]을 복간하여, [개벽]의 호수를 이어 제73호부터 시작하여 1949년 3월 25일(통권 제81호)까지 모두 9호를 발행하고 자진 휴간하였다. 이듬해 6ㆍ25전쟁으로 완전히 없어지고, 최근에 [개벽] 영인본이 발행되었다.
이 잡지는 1900년대 당시 계급주의적 경향문학을 지향하던 신경향파 초기의 작가들을 많이 배출하여, 지면의 3분의 1에 달하는 문예면에 그들의 작품을 게재하였다. 김기진ㆍ박영희 등의 평론가, 조포석ㆍ현진건ㆍ김동인ㆍ이상화ㆍ염상섭ㆍ최서해ㆍ박종화ㆍ주요섭 등의 문인들이 주로 [개벽]을 무대로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김유정도 단편소설을 1편 발표하였다.
노수현ㆍ김은호ㆍ이상범ㆍ오일영ㆍ김응원ㆍ고희동 등의 화가들의 그림도 자주 소개하였고, 강암(剛菴)ㆍ운양(雲養)ㆍ성당(惺堂)ㆍ석정(石汀)ㆍ긍제(兢齊) 등의 서예도 소개하였다.
민족항일기의 [개벽]은 일제의 정책에 항거하여 정간ㆍ발행금지ㆍ벌금, 그리고 발행정지 등의 가혹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족의식 고취에 역점을 둔 대표적인 종합잡지이다. 뿐만 아니라, 문예잡지 못지않게 문학 이론의 전개, 문학작품의 발표, 외국 문학의 소개, 신인 발굴 등에 힘을 쏟아 1920년대 문학창달에 이바지한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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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開闢)]은 1920년에 창간되었는데, 천도교계에서 발간, 경영한 한국 최초의 본격적 종합지로서, 그 이전의 개인적ㆍ동인적(同人的)인 편집 체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대사회적(對社會的)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3ㆍ1운동 이후의 문화주의적인 사회 조류가 [개벽]의 중요 경향이었으나, 사회주의적인 풍조가 들어오자 곧 그것을 반영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향이 문예면을 계급주의적인 경향에 서게 했다. [개벽]의 문예면을 대표했던 논객은 박영희와 김기진으로서, 이 두 사람은 거의 매월 [개벽]에 프로문학론을 발표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백조]에 번역, 게재했던 박영희는 탐미주의적인 낭만적 시인으로서 [백조]의 동인에 참가했으나, 사회주의적인 풍조가 동양의 후진국을 뒤덮자 곧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김기진과 함께 프로문학의 대표적인 지휘자로서 활동했다.
이 두 사람의 이러한 문학적 주장을 옹호, 육성시킨 잡지가 [개벽]이었다. [개벽]은 자연히 프로문학의 작가를 많이 양성하고 진출시키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로서 이기영을 들 수 있고, 대표적인 시인으로서 조포석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문학적 경향은 [개벽]의 중요한 방향일 뿐, 문예면 전부가 계급주의적인 내용으로만 시종되지는 않았다. 가령, 현진건ㆍ김동인ㆍ이상화ㆍ염상섭ㆍ김동환ㆍ나도향ㆍ박종화 등도 [개벽]에 작품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