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 단편소설 『인간단지(人間團地)』
김정한 단편소설 『인간단지(人間團地)』
김정한(金廷漢, 1908∼1996)의 단편소설로 1970년 4월 [월간문학]에 발표되었다. 반인간적이요, 반민족적인 상황에 대한 문학적 저항의 압권이라 할 이 작품은 나환자 수용소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조리한 체제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나 복지사회를 모색해 본 민중 의지의 항장(抗章)이라 할 만하다.
사실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이 작가는 소재가 독특하고 사회의 그늘진 면을 주로 다루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일제에 투옥 후 문단에 복귀한 뒤에 <축생도> <수라도> <뒤기미나루> 「인간단지」 <산거족> <사밧재> 등의 작품을 발표하는 동안 주로 낙동강 유역의 가난한 민중들의 삶을 생생한 문체로 소설화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이것은 우리 문학사에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서, 민중의 실태와 목소리를 집단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구원이라는 보편타당한 문제로 파악하는 민중문학의 정통을 수립한다. 이러한 민중문학은 사실주의 문학의 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그 속에는 삶을 긍정하는 민중들의 자세와 현실의 모순을 맞서 나가려는 생존 양식이 있다.
김정한의 문학세계는 특별한 소설 문학적인 국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에 현실을 보는 자로서의 대담한 정직성과 고발적인 즉물성을 중시한다. 이 작품은 나환자 수용소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인간적, 반사회적, 반민족적 상황에 대한 문학적 저항의 압권이라 할 이 작품은 부정을 고발한 대표작의 하나이다. 1975년 이원세에 의하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음성 나병 환자의 수용소인 자유원(自由園) 원장 박성일의 비행을 보다 못해 우중신 노인을 비롯한 나환자 200여 명이 박 원장의 부정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진정서를 당국에 내어 그의 처벌을 호소함으로써 문제는 야기된다.
박 원장은 구호사업이란 이름으로 외국의 구호물자를 대량 착복하여 수억대를 치부한 위선자였다. 그러한 박 원장은 ‘희망원’의 부랑아들을 사수하여 나병 환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다.
그러나 도리어 우 노인 일행이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가 젊은 경찰관으로부터 훈계받고 나와 ‘자유원’이라는 국립나환자 수용소에 감금되는 몸이 된다. 우 노인은 일찍이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고군분투하는 삶을 걸어왔지만, 나병에 걸려 세도가의 행패에 몰리게 된다.
박 원장의 비인도적인 처사에서 가까스로 풀려난 우 노인 일행은 정치 지배를 받지 않는 새로운 공화국 ‘인간단지’를 건설한다. 이 어지러운 사회의 온갖 핍박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우 노인은 모세처럼 외친다.
“인간 단지! 그기 덜 좋다거든 문딩이 공화국이라 캐라! 문딩이도 인간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음성환자들의 설 땅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들을 저주하는 부락민들과 관(官)에서 이 인간단지를 파괴하러 왔기 때문이다. 인제 그들의 머릿속에는 조국이니 동포니 하는 생각은 요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 단지」는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해 가는 민중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존엄성을 탐구하며, 특히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통치하에서 조선인들이 겪는 비참한 삶의 조건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의 수탈이 극심했던 시대다. 일제는 조선의 자원을 수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조선 민중을 강제로 동원하는 등 민족적 억압을 자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식민지 지배하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조선 민중의 처지를 고발하고 있다. 제목인 '인간 단지'는 인간이 더 이상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고 하나의 객체로 전락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되찾기 위한 저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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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들은 극심한 빈곤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어간다. 작품 속 인물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그 결과는 비참하게도 자신들이 '인간'임을 스스로 부정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인물들은 비록 이름 없는 민중일지라도 그들의 모습 속에서 당시 조선인들의 집단적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그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비참한 처지를 공감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소설 속 인물들이 경험하는 인간성의 상실과 자기 부정은 당대의 식민지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그 현실 속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그는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문체는 작품의 리얼리즘을 강화하며, 독자에게 당시 조선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