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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베트남 다낭 여행

언덕에서 2024. 7. 6. 07:59

 

 

초여름의 베트남 다낭 여행

 

 

 다낭은 베트남의 남북으로 길쭉한 허리 부분(중부 지방) 가운데에 있는 도시다. 인구는 약 1,200여만 명으로 호찌민, 하노이, 하이퐁, 껀더에 이어 5번째로 큰 도시다.

 

 

 남베트남시절에는 나라의 제2도시이자 남북 군사분계선이 바로 앞인 중요한 군사 거점도시였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미군 군사시설과 부대 흔적이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전쟁 때 다낭은 최전방으로 통했고 종전 직전까지 격전지였다. 어떤 마을에는 월남전 때의 한국군의 만행으로 감정이 좋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가이드의 안내도 있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다낭은 베트남 중부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베트남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부상 중인 도시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다낭시 또는 경상남도 다낭시, 경기도 다낭시 등의 다양한 별명도 있다.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고도(古都)  호이안 옛 거리(Khu Phố Cổ / 區舖古)가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우리나라의 여행사 대부분이 다낭과 호이안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다. 다낭의 북서쪽에는 베트남 왕국의 옛수도 후에가 있다. 다낭, 후에 둘 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다낭은 휴양 외에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볼거리도 많은 베트남 중부 지역의 거점 도시다.

 

 다낭 시내의 중심인 하이쩌우(Hải Châu / 海州(해주)) 구역과 리조트, 호텔이 밀집한 구역을 제외하면, 우리의 1970년대와 유사한, 그냥 평범한 베트남 도시다. 바닷가 인근 구역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으나 그 외에는 후진국의 모습이어서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도시까지가 베트남의 남부 문화 및 언어를 느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라고 한다. 다낭 북쪽에 있는 해운길(đèo Hải Vân / 海雲關)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북부 문화권의 시작인 트어티엔후에성(Tỉnh Thừa Thiên-Huế / 承天順化省)으로 진입하게 되며 언어, 음식, 문화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2017년 이 다낭시에서 APEC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곳의 기후는 열대 몬순 기후를 나타내고 있으며, 매년 2~8월 정도가 건기, 9 ~ 12월 사이가 우기에 속한다. 열대 몬순 기후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25~27도이며 강우량이 많고 짧은 건기(乾期) 나타난다.  하지만 남쪽의 호치민시와는 다르게 다낭시에는 건기와 우기가 매우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는 편이다. 태풍권에 들어오는지라 한여름 습도는 100%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높다. 적도가 금방인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 자카르타 등도 습도가 이것보단 낮은데 이들은 적도 무풍대인 반면 베트남 중부와 남부는 태풍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몬순대이기 때문이다.

 

 외교 면에서는 다낭시에 총영사관을 설치한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러시아, 라오스이다. 한국은 원래 영사관이 없었으나 최근 증가한 한국인 관광객들과 교민 대응을 위해 2020년에 총영사관이 설치되었다.  

 이곳은 아름다운 해변이 인근에 많이 있어 휴양지로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베트남의 도시로서는 그리 길지 않은 편으로, 참파국과 관련된 유적과 박물관이 있다. 남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인 30km 즈음에 고도(古都)  호이안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연계해 다녀간다.

 

 

 

 

 아래의 다낭 바나힐(Bá Ná)은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11월도 30도가 넘는 무더운 다낭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선선한 고지대에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휴양지다.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부역한 베트남인 관리들도 이 마을을 휴양지로 썼다고 한다. 최근, 베트남의 썬 그룹이 2000년 재건하고 이곳에 각종 행락 시설과 놀이시설들을 설치하여 테마파크로 개발했다. 특히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기다란 케이블카는 이곳의 자랑이다.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옥의 묵시록' 등의 영화에서 보던 울창한 밀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018년 7월 여름에는 사람 손바닥 모양을 본뜬 거대한 골든브리지도 건설되었다. 영화 <킹콩>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수 킹콩의 손바닥을 상상하면 된다. 산아래에서 이곳 1,487m의 바나산 정상부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되돌아내려가는데 케이블카 아래에 보이는 폭포의 모습도 장관이다.

 

 

 

 

 음식은 유럽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단짠'의 조화가 있어서 비교적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편이다. 아마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기호에 맞춘 영향도 있으리라고 추측된다.

 

 베트남이 세계의 패션제품 공장이다 보니 다낭 시내의 중심부에 있는 재래시장인 '한 시장(Chợ Hàn)' 등지에 가면 신발이나 가방 등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시장 인근에 다낭 대성당(Giáo Xứ Chính Tòa Đà Nẵng)도 있는데, '한 시장' 가는 길에 잠깐 구경하면 된다. 그냥 평범한 성당인데 필요 이상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다낭시의 맛집이라는 곳은 시내 중심 하이쩌우(Hải Châu, 海州) 구역 내에 있는데 가격은 물론 서비스도 괜찮은 편이다.

 

 대형 식당도 많은데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대로변에 대형 축구경기장 크기의 야외 식당들이 시내 곳곳마다 쉽게 눈에 띤다. 게다가 손님들로 가득 찬 모양이다. 이처럼 저녁에서 밤까지는 항상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사 후 식당 맞은 편의 한강(Sông Hàn, 汗江) 야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

 

 

 시내 해변 끝쪽에 위치한, 높이가 67m나 되는 해수관음상이 있는 린응사(Chùa Linh Ứng, 靈應寺)도 관광 포인트다.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상이 18m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지 알 수 있다.

 

 

 

 

 시내를 구경하다 보면 한국인 관광객이 유난히 많이 찾아와서 메뉴판에 한글이 쓰여 있거나 점원이 한국어를 대략 알아듣는 곳도 꽤 있다. 어떤 거리의 카페에서는 고객의 80%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이어서 놀란 적도 있다. 어느 곳이나 테이블에 오래된 고서가 들어있어 묘하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2층에 올라가면 탁 트인 발코니가 있어 나름 멋스러웠다.

 

 '가성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인데,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여행사의 TV 홈쇼핑에서 단체여행 상품을 구입하여 간, 다낭 여행이었는데 호텔 시설과 서비스는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훌륭했고 음식 또한 만족스러웠다. 다만, 단체여행이어서 현지 가이드가 소개한 쇼핑센터의 상품(다람쥐 원두커피, 비누 등)을 구입했는데 귀국하여 실제 사용해보니 품질이 그다지 좋질 않았다. 즐겁기 짝이 없었던 여행의 옥에 티가 아닐까 한다. 한여름 더위에 정신없을 때 다낭 여행이야말로 '가성비'를 따지자면 가장 비율이 좋은 여행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