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현대소설

안데르센 장편소설 『즉흥시인(卽興詩人.Improvisatoren)』

언덕에서 2013. 1. 30. 06:00

 

안데르센 장편소설 『즉흥시인(卽興詩人.Improvisatoren)』

 

덴마크 작가 H.C.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의 낭만적 장편소설로 1835년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일반적으로 동화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작가는 1833년 해 봄에 실연의 상처를 씻기 위해 제2차 외유를 떠나는데, 그 해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이탈리아에서 보내게 된다. 그는 그 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서민생활에 감동을 받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무대는 이탈리아로 되었지만 역경에서 자란 청년의 시와 사랑, 그리고 유랑 이야기에는 작자의 체험이 담겨 있다. 작자 자신도 “이 소설에는 나의 체험 이외의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로마 체재 중에 쓰기 시작하여 귀국 후에 완성하였는데 출판되자 안데르센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부활제의 법석 속에서 아눈차타와 마음을 통하는 장면, 마지막 부분의 변두리 극장에서 몰락한 그녀를 만나는 장면 등이 작품에서 절정을 이루는 부분인데 로마․나폴리․베네치아 그리고 캄파니아의 황야 등을 배경으로 실로 괴롭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덴마크 작가 H.C.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로마에서 태어난 안토니오는 마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되는데, 타고난 즉흥시의 재능을 유일한 미끼로 청춘의 방황을 거듭하며 아름다운 가수 아눈차타를 둘러싸고 친구 베르나르와 결투를 벌이는 등 파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후에는 베네치아시장의 조카딸인 청순하고 아름다운 마리아를 만나 행복한 생활로 들어간다.

‘추억을 남기면서 걷고, 모든 장소 하나하나에 그리움을 가지라. 그것은 타인에게서 빼앗지 않고서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겨울 도시의 심술궂은 밤, 그것은 순식간에 더없는 행복의 빛을 두르고서 당신 앞에 나타나, 슬프고 절망스러울 때, 다정한 어머니와 누이들처럼 당신의 곁에 다가와, 지난날의 수많은 행복으로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리라.’

 

 

덴마크 작가 H.C.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갖 시련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문학에의 간절한 소망과 타고난 소질로 마침내 불멸의 동화작가로 우뚝 선 안데르센이 29세 나이로 쓴 「즉흥시인」은 안데르센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린 출세작이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젊은 즉흥시인과 아름다운 여배우의 불행한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청년 안데르센의 자전적 색채가 짙게 투영된 청춘소설이기도 하다.

 안데르센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사람을 사귀는 데 서툴렀고, 큰 코와 작은 눈의 못생긴 키다리였던 안데르센은 평생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으로 끊임없이 애를 태웠다. 그의 평생의 후원자였던 요나스 콜린의 둘째딸 루이사를 사랑했던 안데르센은 다른 남자와 약혼한 그녀를 잊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하면서 에세이와 일기를 썼고, 특히 이탈리아의 빼어난 자연과 풍물에 깊이 매혹되어 「즉흥시인」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연애이야기와 기행문을 버무린 이 소설은 주인공의 출생을 이탈리아로 설정하고, 그의 눈을 통해 관광객과 다른 시점에서 남국의 아름다운 풍물을 빼어나게 그려냈다. 또한 주인공이 걷게 되는 슬픈 운명의 편력 그 여로를 작가의 인생여정과 오버럽해서 설정했다. 주인공의 가난한 어린 시절, 연극무대에 즉흥시인으로 데뷔한 이후 겪게 되는 좌절과 실패, 평생의 후원자가 되는 상류 귀족 가문과의 만남, 이들에 대한 애증과 반발, 불행한 연애 등은 오롯이 안데르센 자신의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 안데르센은 「즉흥시인」을 통해 자신의 유년기·청년기의 꿈과 상처를 이탈리아의 매혹적인 풍경에 녹여 한편의 서정적인 산문시로 승화시킨다.

 1835년에 출간된 안데르센의 「즉흥시인」은 출판사의 염려와 달리 뜻밖의 대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독일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이 책 덕분에 안데르센은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 책이 발간된 지 3개월 뒤에는 불멸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세상에의 당당한 첫걸음을 알리는 처녀작 메르헨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안데르센은 평생 해외여행을 29차례나 다닐 정도로 여행을 사랑했다. 여행은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정신의 젊음을 회복시키는 강장제였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여행과 직간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으며, 「즉흥시인」 또한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의 산물이었다. 안데르센은 「즉흥시인」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영혼은 이탈리아의 자연, 이탈리아의 생활로 가득 찼다. 나의 과거 생활과 이탈리아에서 본 것들이 기묘하게도 하나로 녹아들어 그로부터 즉흥적으로 한 작품의 윤곽이 그려졌다.”

 

 

「즉흥시인」은 ‘이탈리아 안내 소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탈리아의 명소와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생생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순진하고 열정적인 주인공의 눈으로 묘사되는 이탈리아의 자연과 다채로운 생활상은 작품에 평화로운 온기와 생명의 고양감을 불어넣는다. 지중해의 숨결과 베수비오 화산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탁월한 청춘의 여로소설이라 할 것이다. 

「즉흥시인」은 안데르센의 또 다른 자서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이 작품을 출간한 뒤 스스로 ‘소리 내어 울고 기뻐서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즉흥시인」에는 그의 자서전 「내 생애 이야기」에서 다루지 않은 마음의 외침이 숨겨져 있다. 안데르센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아름다운 동화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았지만,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자신을 써내려갔을 때, 그곳에 드러난 것은 모순투성이의 복잡한 인간성이었다.

 셰익스피어, 마르크스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많은 나라 언어로 옮겨지는 불멸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즉흥시인」은 이러한 안데르센 문학이 동화에만 멈추어지지 않음을 증명한다. 또한, 서정성의 한 정점을 이루는 뛰어난 문체 미학, 자연과 풍물에 대한 열렬한 애정, 청춘의 꿈과 방황, 자아와 사회와의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 등 안데르센 특유의 개성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작품은 안데르센 문학의 원류이자, 덴마크 문학의 황금기를 연 산문문학 걸작으로 세계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찬가로 평가받는다.

 안데르센은 평생 사랑을 원했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사랑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는 사랑을 잃고 수많은 시와 동화, 소설, 희곡들을 썼다. 1838년 그의 나이 33세 때 이미 예술가를 위해 설치된 연금을 받을 만큼 일류 문인으로 인정받았고, 유럽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겨질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1875년 8월 4일 코펜하겐 교외에 있는 멜키오 가의 별장에서 사망했다. 장례식은 스웨덴 국왕 내외가 참석한 국장으로 치러졌다.

 안데르센이 남긴 동화는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현실의 이면을 향하고 있었다. 삶에 내재된 슬픔과 고통,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과 웃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이야기 속에서 항상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날카롭게 꼬집지만 그 끝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구원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안데르센 동화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읽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