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현대소설

미시마 유키오 단편소설 『금각사(金閣寺)』

언덕에서 2012. 7. 3. 06:00

 

 

 

미시마 유키오 단편소설『금각사(金閣寺)』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1925∼1970)의 단편소설로 1956년 발표되었다. 미시마는 탐미적인 문체와 뛰어난 구성으로 문단에 데뷔했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일본 탐미문학의 거장이다. 『금각사』는 교토에 위치한 유명사찰인 '금각사'라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한 절대미에의 갈구와 파멸 충동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말을 더듬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청년이 금각사의 미에 매료되어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방화를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심상이 치밀한 구성과 명석한 문체로 묘사되어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 작품이며, 전후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금각사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속세와 두절시키는 힘이다. 이 작품은 1956년 1월부터 10월까지 잡지 [신죠(新潮)]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에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실제로 있었던 로쿠온지(鹿苑寺) 방화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으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금각사』는, 1950년에 일어난 실제 방화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쓰인 ‘시사 소설’인 동시에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고백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는 젊은 시절의 고뇌와 더불어 말년에 극우 사상에 심취하기 전 작가가 거쳤을 내적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간행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 『금각사』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탐미주의 문학의 걸작이자 소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 11월 25일 육상 자위대 본부에 들어가 자위대 총감실을 점거 후 발코니에서 밖에 모인 1,000여 명의 자위대원들을 선동하는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추남인 데다 말더듬이에 내성적인 성격의 주인공 미조구치는 유년 시절부터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작은 절의 스님이었던 아버지는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말하곤 했고, 미조구치는 추한 자신과는 정반대에 있는 ‘금각’을 미의 상징으로 여기며 남다른 애정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그 방식은 실로 독특했다.

 이제껏 아름다움에서 소외되어 있었다고 자부하던 그는, 예상치 못한 폭격이 난무하는 전쟁 상황에서 비로소 절대미의 상징인 금각과 한낱 추한 말더듬이에 불과한 자신이 동일한 존재로 거듭난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금각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채 여전히 견고하고 빛나는 자태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미조구치는 다시 혼자가 된 기분에 휩싸이며 좌절한다.

 파멸의 불길 속에서 현실의 미와 환영의 미가 합일되길 기대했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금각과 나와의 관계는 끊어졌다고 생각한다. 금각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인생과의 연결을 저지당한 나는 금각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금각을 불태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의한다. 나는 금각에 불을 지르고 화염에 둘러싸여 구경정(究竟頂)에서 죽으려고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거절당하고 있는 느낌, 불타는 금각을 보면서 자살을 단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며 살려고 생각했다.

 

 

교토의 금각사, 윤동주가 다녔던 도지샤대학 인근에 위치한다

 

 

 저자 미시마 유키오의 본명은 히라오카 키미다케로 노벨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보다도 더 많이 노벨상 후보에 오른 그는 전후 일본 순수문학계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데뷔작 <꽃이 한창인 숲>은 섬세한 유미주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1946년 동경대 법과시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단편 '담배'를 닌겐 지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1949년 발표한 장편 <가면의 고백>은 가장 뛰어난 신진작가라는 명성을 일거에 얻게 했다.

 1956년에는 「금각사」를 [신쵸]에 연재하여 다음 해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금각사」는 미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1950년대 미국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었는데, 일본인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인간 심리의 치밀한 묘사, 감상성에 대한 강렬한 비판 등을 통해 고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소설이나 평론뿐 아니라 희곡, 영화 시나리오도 썼으며, 자신의 나체가 든 사진집을 발간하여 문단의 특이아로 떠올랐다. 또한 문인들이 보이는 나약하고 퇴폐적인 생활태도를 경멸하여 직접 검도, 보디빌딩을 하면서 강건한 의지와 건강한 육체를 도야하기 위해 애썼다.

 1968년 우익사병집단인 '방패회'를 결성하여 활동했고 1970년에는 일본 자위대 주둔지 안의 총감실에 난입하여 대원들을 궐기시키려 하였으나 실패했다. 이 일로 그는 격문을 남긴 채 할복하여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면서 45세의 생을 마감했다.

 


 

 주인공 미조구치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각에 유별난 관심과 애정, 일체감을 느끼지만 성장한다. 그는 불가피하게 현실에 접근할 때마다 금각의 방해를 받게 되고 결국 금각을 불태우고 만다. 작가는 이러한 줄거리 속에 미에 대한 극단적인 집착과 탐닉, 파멸을 향해 내닫는 젊음의 끝에서 고뇌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나름 예리한 감수성으로 그려냈다. 자신의 불완전한 점을 절대미에 대한 파괴로 보상받으려는 주인공의 심리를 시적 독백으로 처리하여 허무의 미를 완성시키고 있다.

 미시마는 1950년 <사랑의 목마름>을 필두로 <금지된 색>(54년), <파도소리>(54년), <향연이 끝난 후>(60년)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56년작 「금각사」는 절대적인 미를 추구하다가 좌절한 사미승이 금각사를 불태워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풍요의 바다>에 대해서는 불후의 명작, 강박적인 심리의 표출로 평가가 엇갈린다. 4편의 장편 연작 형식으로 된 이 작품은 네 명의 서로 다른 인물로 태어난 한 사람의 환생을 다룬다. 제국시대의 젊은 귀족과 군국주의에 빠진 정치적 광신자, 2차 세계대 전기의 태국 공주, 전후에 환생한 어린 고아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죽음, 피, 자살 등 작가의 자멸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미시마의 소설은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묘사, 탄탄한 구조를 갖춰 발표될 때마다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를 역사 속 인물로 만든 것은 화려한 작품 목록이 아니라 충격적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