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모리악 장편소설 『테레즈 데케루(Therese Desqueyroux)』
프랑수아 모리악 장편소설 『테레즈 데케루(Therese Desqueyroux)』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François Mauriac, 1885 ~ 1970)의 장편소설로 1927년 발표되었다. 모리악(모리아크)은 1909년에 시집 <합장>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문단에 데뷔했다. 보르도 대학 문학부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하면서부터 세인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으며, 제1차 대전 때 위생병으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온 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나병 환자에의 키스>를 출간하면서 소설가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1925년에는 <사랑의 사막>으로 [아카데미 소설상]을 받기도 했다. 195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3년 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온 드 누르 훈장]을 받았다. 그는 또한 유명한 논쟁가이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를 비난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파시즘을 규탄하면서 정력적으로 논쟁에 뛰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레지스탕스 작가들과 함께 일했고, 전쟁이 끝나자 정치 토론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1962년부터 공식적으로 드골을 지지했고, 1964년에 〈드골 De Gaulle〉이라는 책을 썼다. 프랑스 밖에서 그의 명성은 서서히 퍼져갔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마르셀 프루스트 이후의 위대한 프랑스 소설가로 인정하고 있다.
모리악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작품에 교의(敎義)를 직접적으로 역설하지는 않고 본능의 힘에 이끌려 타락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림으로써 그 나락의 끝에서 신의 은총으로 구제된다고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주인공 테레즈에게 그리스도교 교리를 암암리에 주입시키고 있다. 모리악은 여기서 소위 신을 믿지 않는 인간의 비극을 다루었다.
이 소설은 테레즈가 남편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죄를 짓게 된 일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다. 여주인공 테레즈 데케루가 성격이 맞지 않는 남편 베르나르를 독살하려다 미수로 끝나는 그 정신적 고민을 재치 있게 심리 묘사한 것으로,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의 불안한 정신을 작자의 특이한 수법으로 충실하게 서술하였다. 그의 다른 작품 <밤의 종말>(1935)은 이 작품의 속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테레즈 데케루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독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이것을 알게 된 의사는 그녀를 제소(提訴)하는데, 집안의 체면을 생각한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의 거짓 공술(供述)로 그 소송은 기각되어 테레즈는 석방되었다.
베르나르와 테레즈는 멋진 한쌍이었다. 테레즈는 결혼 지참금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져갔고, 베르나르는 그 돈으로 이룰 자신의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마냥 좋아했다. 그것이 테레즈에게 짐이 되었고, 그녀 안에서는 자산가(資産家)의 딸인 테레즈와 그 고장에서 총명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진실된 삶을 갈구하는 또 하나의 테레즈가 자리잡게 되었다.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은 시누이 안느와 지적인 청년 장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가정이라는 우리 안에 몸이 내맡겨져 있어서 거의 미칠 지경이었고, 탈출하고 싶었다. 마침내 그 인습적인 가정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테레즈는 남편의 상비약인 물약에 독약을 떨어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세상의 끝’이라 말해도 좋을 고향 집에는 평범하고 냉혹한 이기주의자인 남편 베르나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심연(深淵)에서 일어난 소용돌이를 이해할 리가 없었다. 그 후 테레즈는 의좋은 부부 사이를 가장한 유폐생활을 강요받으며,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자기 생명이 좀먹어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남편은 몇 달이 지난 후 유령처럼 되어버린 테레즈의 초췌한 모습에 질려 그녀를 파리로 보내버렸다.
이 작품에서 모리악은 자신이 살았던 랑드 지방과 지롱드 지방을 무대로 '자연'과 '성총', 죄를 짓는 육신과 속죄하는 신앙을 대립시켜 보이면서 신앙과 관능을 은밀하게 타협시키려고 모색했다. 이지적이지만 말이 없고 신경이 예민한 테레즈는 모리악 소설의 전형적 인물인데,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는 심정적 동기로 남편을 독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평생을 은거해 살아간다. 눈에 띄지 않는 내적 욕구나 우리의 마음속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본능을 묘사함으로써 진실의 추구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신을 믿지 않는 인간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모리악은 한번 창조한 인물의 운명을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시킨다. 그 중에서 테레즈 데케루만큼 작가의 관심을 받아온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년의 테레즈를 그린 <밤의 종말>에서 그녀는 다시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남편을 죽이려다 미수로 그치고 만 이 여인은 가톨릭 신자인 모리악의 딸이다.
그녀는 특출한 미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넓은 이미와 윤곽이 뚜렷한 얼굴 등 접근하기 힘든 외모에 잔잔한 미소를 부여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매력을 풍기고 있다. 그녀는 또한 애연가로 고독함을 달래기 위해 줄담배를 피우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날은 하루종일 불안하다. 그런 그녀의 고독을 대변해 주는 것은 황량한 광야의 풍경인데, 그것에 의해 독자는 그녀의 고독과 마음의 빈곤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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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일류 소설가로 자리를 굳힌 것은 〈문둥이에게 보내는 입맞춤 Le Baiser au lépreux〉(1922)을 통해서이다. 〈사랑의 사막 Le Désert de l'amour〉(1949)과 <테레즈 데케루>(1927)에서는 더욱 원숙해진 기량을 보여주었는데, 〈사랑의 사막〉은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주는 1925년도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테레즈 데케루〉는 여주인공이 숨막힐 것 같은 생활에서 탈출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려고 했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흔히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독사의 집 Le Noeud de vipèes〉(1932)은 한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진 드라마로서, 가족에 대한 늙은 법률가의 증오심, 탐욕,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개종을 묘사하고 있다.
다른 소설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인간관계에서 찾아 헤매는 사랑은 헛되며, 신의 사랑만이 진정한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리악이 청년 시절에 법정에서 목격했던 사건을 기초로 쓴 것이다. 남편을 독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회부된 작고 가냘픈 여인과 증인의 증언과 물증인 위조된 독극물 처방전은 실제 사건에서 빌려온 소재이다. 결혼, 가정, 사회의 금기들에 반항하는 테레즈라는 인물을 통해 모리악은 인간의 내적 욕구와 마음속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범죄 본능을 묘사하며 진실의 추구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을 선명히 그려냈다(이어령).
모리악의 가장 유명한 여주인공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 소설 『테레즈 데케루』와 그 속편인 『밤의 종말』은 그가 스물한 살 때 보르도 중죄재판소에서 본 독살을 시도한 여인을 통해 작중 인물을 창조해냈고 피고석에 선 여인의 파리한 얼굴에서 영감을 받아 가족과 가정에 갇혀 숨막혀 하던 한 이지적인 여인이 남편을 독살하려 시도했던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서 모리악은 예리한 필치와 시간의 구성을 뒤집는 환상적인 문체로 사랑의 부제와 신을 잃어버린 인간의 고뇌를 그려냈다. 끊임없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준엄한 이 한 편의 심리드라마는 젊은 부인에 의한 남편의 독살 미수가 외형적 줄거리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외적 행위로 표출되지 않은 내면의 범죄의사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담겨 있다. 모리악은 이 소설을 통해 예술에 있어서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눈에 띄지 않는 내적 욕구나 우리의 마음속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본능을 묘사함으로써 진실의 추구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