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朋滿座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야기의 힘』

언덕에서 2011. 9. 29. 06:00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야기의 힘』

 

이 책은 EBS - TV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화제작 〈이야기의 힘>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부제에서 밝히고 있는 데로 시나리오의 거장들이 밝히는 이야기의 매력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재미있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실체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해 온 ‘이야기’는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가장 쉬운 단어의 모음(옹알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들 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라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우리 삶의 방향을 잡고, 우리의 소비 사회를 주도해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야기’는 이토록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창용 EBS PD, 권정민 작가, 박범수 작가 등 이 책의 저자들은 바로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11년, EBS에서 화제가 되었던 다큐프라임 〈이야기의 힘〉을 좀 더 구체적인 팁과 함께 엮은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이야기의 탄생부터 이야기가 가진 강력한 힘이 만들어낸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이야기를 이용해 소비자와 관객을 매혹시킨 실제 사례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되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거장들의 인터뷰와 흥미로운 기업 사례들은흥미와 신선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 속에 제시된 ‘매혹적인 이야기의 조건’은 스토리텔링이 장악하고 있는 소비 시대에서 ‘이야기의 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명확하고 특별한 지침이 될 것 같다.

 

1.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라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건국신화’가 존재했듯이, 이야기는 바로 인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수많은 할리우드 흥행작을 만들어낸 시나리오의 거장 “로버트 맥기’는 '‘이야기란 ’어느 순간 삶의 균형을 잃은 주인공이 그 균형을 회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어렵다.‘를 다루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삶에는 늘 갈등이 존재한다. 인간의 삶이 늘 평탄하게만 진행된다면 이야기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과도 같다.  태어나면서 사회 속에 몸을 담그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삶 속에서 항상 예기치 못한 갈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깨진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애쓴다. 그 노력의 가운데에는 균형을 되찾지 못하게 방해하는 적대자가 나타나기도 하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바로 ‘이야기’가 되고, 그러한 이야기는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인간은 생전 처음으로 겪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먼저 산 사람들이 남기고 간, 혹은 현재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다가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결정한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드라마, 영화 등을 예로 들어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삶 속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야기. 결코 지루하지 않은 내용 전개를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과 매력 속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2.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 소비사회를 지배한다면, 도대체 매력적인 이야기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이야기’의 대표적인 형태는 역시 소설이라고 할 것이다. ‘소설’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았다.

*소설 : <문학>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양식.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분량에 따라 장편 / 중편 / 단편으로, 내용에 따라 과학소설 / 역사소설 / 추리소설 따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옛날의 설화나 서사시 따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근대에 와서 발달한 문학양식이다. [비슷한 말] 이야기 

 그렇다. 소설은 결국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기에 그것을 잘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은 누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관객을, 그리고 독자,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하지만 만약 최고의 흥행을 이루었던 작품들마다, 그것이 가진 일정한 조건 혹은 공식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에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매력적인 이야기의 5가지 조건에 대해 알려준다.

 

(1) 재미있는 이야기는 구조부터 다르다

   -탄탄한 구조를 통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하라.

(2) 등장인물을 명확하게 설정하라

   -주인공과 적대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3) 반전이 가져다주는 묘미를 살려라

   -관객은 의외성, 어긋난 결과에 열광한다.

(4) 비극을 이용한 공감대를 형성하라

   -관객은 희극보다 비극적 소재에 더 공감한다.

(5) 아이러니를 200% 활용하라

   -관객은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아이러니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책은 위의  1에 이어 2에서 위 5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전 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명확한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색했던 거장들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은 매혹적인 이야기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과,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팁을 얻을 수 있다.

 

 

 

 

 

3. 드림 소사이어티의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한 기업 사례를 배우다.

 똑같은 사과, 똑같은 물이라도 그것에 어떤 스토리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판매도의 성패가 좌우된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실제로 이제는,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이 팔고자 하는 물건에 어떤 이야기를 붙일 것인가? 이 책에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공을 거둔 제품과, 그에 얽힌 실제 스토리텔링 사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의 주인공 ‘지포라이터’, 한 사람의 기적 같은 스토리를 통해 생명수로 각광받게 된 ‘에비앙’, 이제는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된 ‘애플’…… 등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논리까지 알려주고 있어 신선한 정보와 흥미를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하게 잭 니콜슨이 등장한 멋진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우리는 기억한다. 영화 속의 잭 니콜슨은 집착이 강하고 충동적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악마처럼 못되게 군다. 아주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공감한다. ‘내가 집착이 강하고 충동적이라면 나도 저러길 원할 거야.’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면 좋아하지 않았을 인물들을 캐릭터화하고 인격을 창조할 수 있는 축복을 부여 받았다. 그 인물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 나쁜 성격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에게 천재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언제나 모든 좋은 요소들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긴 쉽지만 그것이 반드시 관객의 공감을 산다고 할 수는 없다. 속이 비고 겉만 빛나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글쓰기에서 멋진 도전이란 매력이 없을 것 같은 인물에 깊은 인간성을 담아 매력 있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이야기 구조를 간단하고 경제적으로 마스터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스토리를 어떻게 짜야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맥기가 정의한 ‘이야기란 인간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는 정의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동화, 소설, 희곡, 영화 등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 중에 위의 정의에 예외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소설을 쓰는  지인들이 생각났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