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철학서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프로이트의 환자들』

언덕에서 2011. 2. 10. 06:00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프로이트의 환자들』

 

이 책의 저자 김서영은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영국 셰필드대학 정신과 심리치료연구센터에서 「라캉의 주체와 벤야민의 변증법적 이미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가 학창시절 공부했던 프로이트 이론은 현재에서는 어떨까? 여전히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정신분석 이론의 모태인 프로이트 전집을 사례 중심으로 다시 읽어 내려간 것인데 제목은 『프로이트의 환자들』이다.

 라캉은 융과 함께 프로이트의 수제자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김서영은 2003년에 「라캉의 주체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영국 학술지 『라캉 연구 저널 Journal for Lacanian Studies』에 게재됐다.

 성(sex)을 모든 정신활동의 중심으로 여겼으리라는 프로이트에 대한 편견을 잠시 접고 그가 분석한 사례와 직접 부딪혀보면 그의 대범한 이론을 키운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분석한 사례만을 모은 책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인간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서 그를 해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프로이트의 의사로서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1부 프로이트의 사례들Ⅰ: 백만 인을 위한 정신분석」에서는 사랑이나 질투, 가족 간의 문제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사례들을 모았다 .

 정신분석이란 일상생활의 평범함 속에 배어있는 여러 감정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정신분석을 통해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시선들과 낱말들을 분석해낼 수 있다.……모든 감정, 모든 실수, 모든 기억을 소중히 감싸는 학문이 바로 정신분석이다. 정신분석은 나, 너,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도구다……. 

「2부 전형적 프로이트를 넘어서」에서는 프로이트를 떠나는 융과 프로이트로 돌아가는 라캉을 통해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재조명하였다.

<프로이트의 학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프로이트를 떠난 제자 칼 융>

 

 모든 것을 이와 같이 성으로 설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꿈을 융처럼 좀 편안하게 분석할 수는 없을까? 우리 머릿속에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성적인 충동이 가득하다는 프로이트의 가정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부분들을 버리고도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의 통찰이다.

 

 

<프로 이트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프로이트에 돌아온 제자 쟈크 라캉>

 

 

「3부 프로이트의 사례들Ⅱ: 프로이트 다시 읽기」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일별할 수 있는 사례들을 모아 정리해준다.

 예를 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한 미혼 남성이 프로이트를 찾아와 꿈 이야기를 했다.

 "겨울 코트를 다시 입었는데, 너무나 구차하고 싫었어요."

 분석 과정에서 그는 전날의 기억을 상기한다. 어떤 부인이 자신에게, 콘돔이 찢어지는 바람에 막내를 낳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자는 얇은 콘돔은 위험하고 두꺼운 콘돔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그것이 위의 꿈으로 나타났다고 프로이트는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프로이트 전집 내용을 한번에 볼 수 있는 ‘프로이트 전집 기행’을 만나보며 프로이트 사상이 변해가는 과정과 주요 개념의 등장한 배경 등을 알 수 있게 도왔다.

 

 

Sigmund Freud (1856.5.6&sim;1939.9.23)

 

 

 

 이 책은 533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으로 일주일을 목표로 읽었는데 흡사 수도승이 되어 고행하는 기분이었다.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으나 심리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개념들을 꼭집어 결론내리지 않고 독자에게 미루는 듯한 느낌은 그것이 독자의 몫이라는 말인지 아니면 프로이트 학설 자체의 모호함 때문인지 방향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편의 탐정소설처럼 환자의 이야기 속 아주 작은 단서에서 문제의 열쇠를 찾아내는 프로이트의 분석 방식은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와의 진솔한 대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들이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우리들이이 어떻게 치유되는지 알 수 있도록 이 책은 도와주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대학원생이나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나 일반인들이 교양서적으로 읽도록 권유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