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복수와 폭력을 그린 영화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이 2005년에 발표한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중 마지막 작품으로, 사회적으로 용서와 복수를 다루는 독특한 스릴러이다. 또한 이 작품은 박찬욱이 운영하는 모호필름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전 작들과 달리 복수의 주체가 개인이 아닌 복수의 개념인 단체]로 바뀌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영화 제목 <친절한 금자씨>는 극중에서 13년 동안 복역한 교도소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성실한 교도소 생활을 한 데다가 주변 재소자들에게 "친절해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티저 포스터도 성녀를 패러디한 듯한 디자인으로 은유가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2005년 제6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본상은 아니지만 비공식상인 '미래영화상',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로 더 유명한 이 영화는 억울한 누명을 쓴 여주인공이 복수와 속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그간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보인 잔혹한 폭력과 복수의 테마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금자(이영애 분)는 13년 동안 억울하게 복역한 후 출소한다. 과거 그녀는 유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혔으나, 실제 범인은 그녀를 조종한 백 선생(최민식 분)이었다. 출소한 금자는 그동안 자신을 배신하고 범죄를 뒤집어씌운 백 선생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하고, 복수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왔다.
금자는 감옥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준비한다. 감옥에서 만난 인물들에게는 금자가 각별하게 대했으며, 이들은 출소 후 금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 계획을 돕는다. 한편, 금자는 자신이 떠나야 했던 어린 딸과 재회하려 하지만, 딸은 외국에서 입양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딸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가운데, 금자는 백 선생을 향한 복수에 집중한다.
금자는 백 선생을 납치하는 데 성공하고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그가 단순히 한 명의 아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를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금자는 자신이 단순히 복수할 대상이 아니라, 여러 가족의 고통을 안겨준 범인임을 깨닫고 고민에 빠진다.
금자는 백 선생에게 피해를 본 아이들의 부모들을 모두 모아, 그들에게 복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들은 각자 백 선생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가하며, 이 과정에서 금자의 복수도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의 복수로 확대된다. 이 장면은 복수의 진정한 의미와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백 선생에 대한 복수는 완성되었지만, 금자는 자신이 완전히 구원받지 못했음을 느낀다. 딸과의 관계는 여전히 서먹하고, 금자는 자신의 복수에 성공했음에도 완전한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금자는 눈 속에서 흰 두부를 먹으며 스스로 죄책감을 씻어내려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는 복수가 인간에게 완전한 구원이나 해방을 가져다주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복수와 구원의 이중성이다. 금자는 13년 동안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해 왔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그녀의 복수는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발전한다. 특히 아이들의 부모들이 백 선생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는 금자 역시 자신이 단순히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구원을 찾고자 하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금자는 자신의 복수를 완수하지만, 그녀가 정말 해방된 것은 아니다.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여전히 속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음을 상징한다. 영화는 복수가 완벽한 구원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박찬욱 감독의 독특한 비주얼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금자의 붉은 아이섀도와 흰 얼굴은 그녀의 복잡한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의 잔인한 폭력 장면들 역시 매우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복수극을 펼친다. 금자의 복수는 기존 남성 중심의 복수 서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개되며,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폭력적 해결이 아닌, 감정적으로도 복합적인 과정을 거친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복수 서사를 이어받았지만, 그 안에 복잡한 감정선과 도덕적 질문을 담아낸 점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이영애는 그동안 선한 이미지로 유명했지만, 이 영화에서 냉혹한 복수자로 완벽히 변신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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