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 [신여성(新女性)]
1923년 9월 1일 자로 창간된 여성잡지로 [개벽사]에서 이미 내고 있던 [부인]을 종간하고 그 후신으로 낸 잡지이다. [부인]이 주로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했다면 [신여성]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호흡하는 젊은 여성을 독자로 삼았다. 요즘처럼 잡지 제호를 발행인의 뜻대로 바꾸는 것이 아니고, 이 또한 검열 당국의 까다로운 허가 사항이었다.
편집 겸 발행인 박달성, 인쇄인 민영순, 인쇄소 대동인쇄(주), A5판 80면, 정가 30전이다. 제3호부터는 편집 겸 발행인이 방정환(方定煥 1899~1932)으로 바뀌고, 방정환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차상찬이 맡아서 1934년 4월호까지 통권 38호를 냈다.
[신여성]은 목차만 보아도 [부인]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축 늘어진 구여성으로부터 활발한 신여성’을 만들자고 했지만, ‘긴요한 여성문제’ 하나를 내세우지 못하고 고작 특집한 것이 <여학생 제복과 교표 문제>이다. 그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또 <남녀교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의 조선 신여자> 등과 <듣던 말과 다른 조선 신여성>이라는 큰 제목의 글이 있는데, 여기서는 여성들의 사치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지나친 몸치장을 꼬집고 있다.
“우리 조선 여성은 비단을 감고 다니는 중국 여자나, 실크를 휘휘 두르고 다니는 서양 여자들과 비교할 때 어림도 없이 검박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소위 남자 신사들의 몸차림과 비교해도 보잘것없습니다. 파나마나 맥고모자, 금테안경, 금시계, 상아 단장, 키드구두, 80원짜리 양복, 백금 카우스버튼, 실크 화이트셔츠 등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남자가 많은 것을 보면 ······”
하고 있으니, 돈 많은 바람둥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제4호 역시 ‘여학생’ 특집이다.
‘여학교 졸업생들에게 간절한 부탁’/ ‘졸업 처녀들의 속타는 걱정’ ‘재미있는 불란서 여학생 생활’ ‘인력거꾼 아버지와 여학생 따님’ ‘욕 당한 여학생의 실화를 읽고’ 등과 ‘여학교 졸업하고 첩이 되어가는 사람들’
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제목도 있다. 이 글은 당시 [개벽사]의 주간이었던 삼청동인(三淸洞人 : 차상찬)이 심층 취재한 고발 기사로서, 그 중간 제목만도 △여학생 가정에서 주의할 일 △이렇게 속아서 첩이 되는 이 △동무 꼬임에 빠져 첩이 되는 경로 △타락하여 첩이 되는 경로 △허영과 생활난으로 첩이 되는 경로 △비참한 그들의 끝 신세 등으로 엮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여학생 목도리 시비>라는 설문이 있는데, 여기에는 염상섭 · 김석송 · 변영로 · 나도향 · 안석주 · 원세하 등 당대의 이렇다 하는 소설가 · 시인 · 화가들이 나서서 각기 시(是)와 비(非)를 말하고 있다. 요즘 같아서야 여학생이 목도리를 하건 말건 그것이 무슨 시빗거리가 되랴마는, 당시로서는 그런 시비도 있었으니, 그래서 잡지는 활동사진(영화)보다도 더 재미나는 구석이 있었을 듯하다.
방정환의 명수필 <어린이 찬미>는 바로 [신여성](1924.6)에서 태어났다. 그 첫머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첫여름 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히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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