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 단편소설 『박돌의 죽음』
최서해( 崔曙海 최학송. 1901∼1932)의 단편소설로 1925년 5월 [조선문단]에 발표되었다. 발표 당시 처참미(悽慘美)와 박진미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작가는 1925년에 가장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대부분 유산자(有産者)에 대한 무산자(無産者)들의 반항과 보복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작품보다 <기아와 살육>(1925)은 보복의 농도가 더욱 짙게 나타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을 서술한 빈궁소설로 1920년대 신경향파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가진 자들의 비도덕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당대 하층민들의 삶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사이에 괴리나 갈등이 깊어진 당시 사회상을 표현한 내용이다. 최서해를 비롯한 신경향파 작가들의 문학에서는 이에 대한 저항 방법으로 살인과 방화·파괴 등 극단적인 행동을 취급하여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박돌의 어멈 파충댁은 아들이 갑자기 급한 복통을 일으키자 허둥지둥 의원인 김초시집을 찾아간다. 박돌은 어려서부터 아비 없이 자라난 단 하나밖에 없는 불쌍하고 소중한 아들이다.
몇 번인가 문을 두드려서 잘 먹어 얼굴에 가름이 번질번질한 김초시를 겨우 만나지만, 약종(藥種)이 부족해서 약을 지을 수 없다고 거절당한다. 사실은 돈이 없다고 잡아떼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온 파충댁은 안절부절못한다. 이때 뒷집에 있는 젊은 주인이 나타나서 썩은 고등어를 먹고 병이 났으니 큰일났다면서 집에 있는 쑥을 가져다가 뜸을 들여 주라고 이른다.
그러나 뜸질의 효과도 없이 박돌은 눈의 흰자위를 까뒤집고 죽어 버렸다. 죽은 아들을 껴안고 통곡하던 파충댁은 다음날 아침 마쳐서 누군가 박돌을 끌고 가는 환상을 본다. 돼지를 보고 으르는 개처럼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서더니 창문을 냅다 차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내 그 환상은 파충댁을 김초시의 진찰소까지 데리고 갔다. 그리하여 파충댁은 김초시가 박돌이를 불에 넣었다고 하며, 그의 상투를 잡아 낚아채고 가슴을 타고 앉아 복수의 화신이 되어 그의 낯을 마구 물어뜯으니 피가 두 사람의 온몸을 물들였다.
작자는 가진 자에 대한 갖지 못한 자로서의 본능적인 적의, 원시적인 폭력(카니발리즘)을 이 소설에서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짧은 서사 시간이 간결한 문장으로 잘 전개, 묘사되었다. 이 작품은 궁핍한 삶의 처절한 체험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 경향인 신경향파 문학 의식이 깊이 있게 투영되어 있다. 특히 1920년대 경향 소설들의 대체적인 주제인 기아와 살육, 방화 등 현실의 처참한 생활상이 이 작품에도 사실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박돌의 죽음’이라는 제명(題名)에서 보여주듯, 이 소설은 박돌의 죽음을 중심 구조로 하면서, 고난에 찬 하층 생활인들의 저항과 반항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처절한 삶에 밀착된 반항과 저항은 바로 가진 자들의 비도덕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당대 하층민의 삶의 실제적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 글에는 부르주아(유산계급)와 프롤레타리아(하층민)의 계급의식에서 오는 괴리나 갈등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부르주아의 억압이나 가난에 찌든 프롤레타리아의 처절한 삶의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어머니는 김초시가 상한 고등어를 먹어 죽어가는 아들 박돌을 치료해 주길 바라지만 김초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부탁을 거절하고, 박돌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당시 사회의 모습에 대하여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저항의 행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실성한 어머니가 김초시의 낯을 물어뜯는 장면은 적극적이고 극단적인 저항의 모습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당시의 신경향파 문학에서는 저항의 방법으로써 살인, 방화, 파괴 등 개인적인 반항 현상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궁핍상의 고발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충격과 격동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념적인 시각에서 볼 때 가진 자에 대한 파충댁의 원시적인 반항은 무의식적이며 본능적인, 충동의 자연발생적인 저항에 그치고 있다. 최서해식 체험문학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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