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장편소설 『인생의 베일(The Painted Veil)』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장편소설로 1925년 발표되었다. 전통적 가치관 아래에서 자란 여성이 결혼 생활의 환상이 깨지자 외도의 아픔을 겪으면서 긍정적인 여성성을 모색한다는 세상살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허영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굴레를 극복해 나가는 여주인공 키티의 힘겨운 성장을 통해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짚어나간다.
작품의 뒤에 `죽은 건 개였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주인공 월터가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 말은 18세기 영국의 올리버 골드스미스가 지은 `미친개의 죽음에 관한 애가'라는 시에서 나온 이야기다. 어쩌면 `죽은 건 개였다'라는 이 말이 작품의 전편을 관통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어떤 마을에 사는 착한 남자가 잡종개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개가 남자를 물자 사람들은 미친개에 물린 남자가 죽을 것이라고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죽은 건 개였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서머싯 몸 특유의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소설로서 세 번씩이나 영화화되었다. 2007년 개봉한 나오미 왓츠ㆍ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 <페인티드 베일(Painted Veil)>의 원작 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20년대 영국 식민 통치하의 홍콩. 영국인 세균학자 월터의 아내 키티는 홍콩 총독부 차관보 찰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키티는 가족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어머니의 강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피하듯 월터와 결혼했다. 결국, 진실하지만 사랑에 서툰 남편 월터를 두고, 바람둥이 매력남 찰스와 불륜에 빠졌다.
불안하고 어정쩡한 며칠이 지난 후 남편 월터는 키티에게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음을 선언한다. 그리고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의 오지 마을로 함께 갈 것을 요구한다. 만약 키티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간통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한다.
키티는 사랑하는 찰스에게 달려가지만, 찰스는 냉랭하다. 오히려 그녀가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떠나주기를 은근히 바란다. 키티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따라 전염병이 도는 절망의 중국 본토 `메이탄 푸'로 들어간다. 낯선 땅, 코앞에 도사린 죽음과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면서 예상외로 키티는 상처에서 벗어난다. 과거가 한낱 흐르는 강물과 같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는 찰스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남편 월터는 전염병 퇴치에만 매달릴 뿐 키티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느 날 키티는 남편 월터가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간다. 월터는 키티에게 '죽은 건 개였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죽는다. 게다가 월터가 환자들에게서 병을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세균 실험을 하다가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월터의 죽음이 자살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월터는 끝내 아내를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키티는 오지 마을에서 만난 자연의 풍경에 종교적 위안과 같은 느낌을 받고 애욕으로 상처 입은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홍콩으로 돌아온 키티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찰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애증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꺼진 줄 알았던 애욕의 불씨가 되살아난다. 키티는 또다시 자괴감과 충격에 빠지고 자기경멸에 휩싸인다.
『인생의 베일』은 허영과 욕망이라는 굴레를 극복해 나가는 키티의 힘겨운 성장을 통해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짚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인생의 베일』은 단순한 로맨스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사랑이 가지는 아이러니한 속성을 섬세한 묘사와 함께 짚어내기에 이른다. 제목이 뜻하듯, 인간을 덮고 있는 아름다운 베일을 들치면 희망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베일 너머로 아른거리는 것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절망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명랑한 여주인공 키티는 허영 많은 엄마의 기대 속에 사교계에 등장하지만 결국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결혼한다. 그녀는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와 사랑의 불꽃을 태우다가 그에게 배신당하고, 부정을 알게 된 남편의 협박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오지 마을로 끌려간다.
키티는 사방에 깔린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의 삶과 가치관을 체험하고 편협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용서라는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속박처럼 자신을 얽어맸던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의 속성과 용서와 희망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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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은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다. 이 작품 또한 중국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주인공 `키티'는 허영심 많은 엄마의 기대 속에 사교계에 등장하지만 결국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세균학자 `월터'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연회장에서 만난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와 사랑의 불꽃을 태우다가 그에게 배신당한다. 키티는 부정을 알게 된 월터의 협박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오지 마을로 끌려간다.
키티는 사방에 깔린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 수녀원의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자처한다. 키티는 그곳에서 다양한 인간의 삶과 가치관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월터'가 실험 도중 콜레라로 죽음을 맞게 된다. 그 후 키티는 편협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광대한 자연 앞에서 용서라는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속박처럼 자신을 얽어맸던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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