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 장편소설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Wo warst du Adam?)』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1917∼1985)의 장편소설로 1951년 발표되었다. 이른바 폐허 문학에 속하는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1951년 출판된 뵐의 초기 소설이자 전후 최초 성공작 가운데 하나이다.
헝가리의 어느 전투 지역에서 후퇴하는 독일군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작품에서 뵐은 가벼운 부상을 입은 병사 파인할스로 하여금 단편적이며 독립적인 이야기 속을 넘나들도록 전체적으로 연결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전장의 공포, 병사들의 초조감, 전쟁의 참화와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과 사랑이 전쟁으로 어떻게 짓밟히는가를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뵐은 가톨릭교도이며 평화주의자로 주변 사회에 대해 매우 도덕적이지만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발전시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개인의 책임을 받아들이느냐 또는 거부하느냐 하는 문제였는데 반전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절제된 산문과 예리한 풍자를 사용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국민이 겪은 일들을 인도주의 입장에서 해석한 탁월한 인물로, 세계대전 동안과 전후에 독일인들이 겪은 고통을 소재를 반어적인 소설을 써서 변화하는 (전쟁 주동자가 아닌 일반 국민인) 독일 민족의 심리상태를 표현하였다. 뵐은 이 작품으로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입부는 다쳐서 야전병원에 후송된 파인할스라는 독일 병사가 접한 군의관과 부상병들의 이야기가 회상을 통해 진행된다. 정신병자처럼 술과 여인을 찾는 브레센 대령, 이를 담당하는 군의관 클레비츠, 퇴원을 앞둔 슈나이더 상사, 철모를 쓰지 않은 채 당한 사고로 머리를 다쳐 같은 말만 반복하는 바우어 대위와 그를 담당하는 군의관 슈미츠 등의 모습은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다. 러시아군이 진격해오자 병력은 야전병원을 버리고 후퇴하고 어쩔 수 없이 남은 자들의 야전병원은 포격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다.
중반부는 파인할스가 머무르는 환자집결소와 유대인 수용소가 배경이다. 파인할스는 임시로 사용 중인 환자집결소(여자고등학교)에서 유대인 여교사 일료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수용소를 맡은 독일 지휘관 필스 카이트는 강제 수용소에 있는 재능 있는 유대인들을 모아서 합창단을 만들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게 한다. 하지만 그는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는 합창단원을 한 사람씩 차례로 불러들여서 노래를 부르게 한 다음 죽이기로 한다. 필스 카이트는 무척 아끼던 일로냐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녀의 최후 노래는 "아베 마리아". 필스 카이트는 그 노래야말로 천상의 소리라고 느끼지만, 지휘관의 본분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의 귀는 그 천상의 소리를 마음껏 즐기는 동시에, 그의 손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평범한 독일 병사 파인할스는 그런 놀라운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목격하거나 혹은 전해 듣는다.
전쟁이 끝나자 파인할스 자신의 고향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파인할스가 그의 고향 집 문턱을 막 넘어서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총알이 날아온다. 같은 독일군의 한 광신도가 쏜 총탄에 맞아서, 그는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헝가리의 어느 전투 지역에서 후퇴하는 독일군 병사 파인할스가 겪은 16가지의 단편적이며 독립적인 이야기로 전체를 연결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전장의 공포에 찌든 병사들의 초조감, 전쟁의 참화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전쟁 때문에 인간성이 어떻게 짓밟히는가를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병사 파인할스가 동부전선에서 그의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에피소드 속에 전쟁의 실체를 담아내 보여주며, 결국 모두가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던 전쟁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반성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슬픔을 드러낸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파인할스는 고향 집에 거의 다 돌아와서 유탄을 맞고 자기 집 문 바로 앞에 쓰러져, 항복의 의미로 그의 어머니가 내 단 흰 깃발에 덮이면서 죽는다. 이는 하인리히 뵐이 말하고자 하는 전쟁의 끔찍함과 무의미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그는 전쟁을 통해 평범한 한 인물이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단편처럼 엮어내며 전쟁과 그것이 가져오는 비극적 결말을 극명하게 밝힌다.
♣
주인공 파인할스는 유대인 수용소 지휘관처럼 그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른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때 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 앞에서, 결코 떳떳해질 수 없는 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 질문은 전쟁에 참전한 작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독일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잘못된 상황 앞에서, 침묵하거나 방관하거나 심지어 아담처럼 몸을 숨기고 있던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뵐은 이 작품의 서론에서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전쟁은 진정한 모험이 아니다. 모험의 대용품밖에는 되지 않는다. 전쟁은 일종의 병이다. 티푸스 같은 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처참하고 무의미한 것인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전쟁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러기에 전쟁을 티푸스에 비유한 생텍쥐페리나 “새로운 신으로 등장한 죽음은, 점점 배가 불러 가고 있다”라고 말한 보르헤르트와 통하는 바가 많다.
뵐은 많은 사람과 함께 체험한 전쟁을 음산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전쟁이란 모두 광적이며 비인간적인 치욕일 뿐만 아니라 귀중한 인류의 문화재와 인간 생명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전쟁 체험이라곤 전혀 없이 향락적인 생활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에게 뵐은 전쟁과 그 결과로 오는 부산물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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