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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백일홍 설화

by 언덕에서 2019. 1. 3.

 

 

백일홍 설화

 

 

 

 

 

처녀의 넋이 백일홍꽃으로 피어났다는 내용의 설화인데, 식물 유래담의 하나로, 신이담1 중 기원담2에 속하는 이야기 유형이다.

 이 설화는 두 가지 종류가 알려져 있는데, 그 하나는 인신공희(人身供犧)3 및 영웅의 괴물 퇴치 동기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벼랑으로 떨어져 죽은 두 처녀에 관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몇 개의 유명한 동기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심청전>인신공희동기, <지하국대적퇴치설화>괴물 퇴치동기, <치마바위 설화>선호의 색깔을 오인한 자결동기, <할미꽃설화4>꽃으로의 환생동기 등이 그것이다이들 동기는 서양의 테세우스 또는 페르세우스 등의 영웅담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범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며, 구비문학뿐만 아니라 기록문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끊임없이 문학의 주제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중시된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어촌에서는 목이 셋이나 되는 이무기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어느 해에도 한 처녀의 차례가 되어 모두 슬픔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용사가 나타나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자원하였다. 이무기에게 처녀를 제물을 바치는 날, 처녀로 가장하여 기다리던 용사는 이무기가 나타나자 달려들어 세 개의 목을 겨냥해 칼을 휘둘렸으나 이무기는 목 하나만 잘린 채 도망갔다.

 보은의 뜻으로 혼인을 청하는 처녀에게 용사는 지금 자신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 두 개를 자르기 위해 가는 길이니 100일만 기다리면 돌아오겠다 약속하고, 만약 흰 깃발을 단 배로 돌아오면 승리하여 생환하는 것이요, 붉은 깃발을 단 배로 돌아오면 패배하여 주검으로 돌아오는 줄 알라고 이르고 떠나갔다.

 그 뒤 처녀는 100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높은 산에 올라 수평선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수평선 위에 용사가 탄 배가 나타나 다가왔으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처녀는 절망한 나머지 자결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은 용사가 다시 이무기와 싸워 그 피가 흰 깃발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그 뒤 처녀의 무덤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백일기도를 하던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다.

 

 

 

 

 괴물을 퇴치하고 돌아오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깃발의 색을 오해하고 처녀가 죽는 이야기지만 다른 설화도 있다. 신분 차이는 있지만 서로 우정이 돈독했던 두 처녀가 눈길을 가다 벼랑에 떨어져 죽었는데, 두 처녀의 시신에서 백일홍이 피어났다는 내용이다. 안타까운 여인의 넋이 백일홍으로 피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경남 하동 지방에는 백일홍에 관한 다른 이야기가 전한다. <지방암과 백일홍> 설화는 하늘로 오르던 용이 한 처녀에게 목격되자 곧장 떨어졌는데, 그 흔적으로 청암면 상이리 시목마을의 지방암에 청색의 기다란 줄무늬가 남았다는 암석유래담이다. 우리 속신에 용이 하늘에 오르다가 사람의 눈에 띄거나 여자가 보면 승천을 하지 못하고 떨어진다는 금기가 있다. 그 뒤 용이 오르던 자리 부근에 백일홍 두 그루가 자랐는데, 그 형상이 용과 같았다고 하는 식물 유래담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퇴치할 때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배에 흰 돛을,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약속을 까먹고 검은 돛을 단 채로 고국 아테네로 돌아오는 바람에 아이게우스가 자결한다. 이 이야기처럼 깃발 색 때문에 오해하여 벌어지는 비극 모티브는 세계 여러 설화에서 등장하는 클리셰5다.

 판본에 따라서 왕자나 남편으로 각색되는 경우가 있으며, 남자 주인공이 자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른 버전에서는 여인이 사람하는 남자를 100일 동안 기다리다가 상사병으로 요절한 후 백일홍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이 설화는 전형적인 남녀 주인공의 형상을 보여 주며인신공회영웅의 괴물 퇴치색깔 오인하기꽃으로 변신 같은 여러 설화 동기들이 모여 극화되었다.   .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신공희의 제물이었던 여성 인물이 구원되었다가 죽는 예는 없다그만큼 이 이야기는 백일홍으로 형상화된 여성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과 정조가 강조된다. 다른 꽃들과 달리 여름철 오랫동안 피어있는 백일홍의 속성이 여성 주인공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다양한 화소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돋보이는 설화다. 인디애나(Indiana)대학의 한국 민속 교재(Korean Folklore Reader, 1963)‘100 days pink’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 문학 작품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1. 초인간적인 행위를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 설화. [본문으로]
  2. 신이담은 다시 기원담·변신담·응보담·초인담 등으로 세분할 수 있는데, 기원담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남매의 결혼 이야기>와 같은 우주와 인류의 기원담과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못쓴다의 유래 이야기>와 같은 습속(習俗)의 기원담이 대부분이다. [본문으로]
  3. 인신공희(人身供犧)는 제사 때 산 사람을 신에게 희생물로 바친 것을 말한다. 옛날의 제사에서 공양의 희생물로 인간을 신에게 바친 일이며 '인신공여', '인신공양'이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4. 홀로 된 어머니가 세 딸에게 박대받고 죽어 할미꽃이 되었다는 내용의 설화. 식물유래담의 하나로,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옛날에 일찍 홀로 된 어느 어머니가 딸 셋을 키워 시집을 보냈다. 늙은 어머니는 혼자 살아가기가 너무 어려워서 큰딸을 찾아갔더니 처음에는 반기던 딸이 며칠 안 되어 싫은 기색을 보였다. 섭섭해하면서 둘째 딸의 집에 갔더니 그곳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셋째 딸 집에 가서 살겠다고 찾아가서, 고개 밑에 있는 딸집을 들여다보니 마침 딸이 문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먼저 불러주기를 기다렸으나 딸은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딸자식 다 쓸데없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너무나 섭섭한 나머지 고개위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딸을 내려다보던 그 자세대로 죽고 말았다. 그 뒤 어머니가 죽은 곳에는 할미꽃이 피어나게 되었다. 이 설화는 식물의 생김새에 관한 설명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짜여 있지만, 가난과 가부장제도라는 가족제도 때문에 겪는 가난한 하층여성의 삶의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본문으로]
  5. 영화, 노래, 소설 등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 등을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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