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택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
소설가·개신교 목사 전영택(田榮澤, 1894∼1968)의 단편소설로 1960년 발표되었다. 제목이 암시하듯 가식과 허위가 충만한 교회의 한 측면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작품 『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은 예수 탄생의 참 의미를 모르는 교회와 교인의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화수분」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소설은 목사이면서 동시에 작가인 전영택의 눈에 비친 위선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면서 기독교신자조차 그리스도의 정신을 외면하고 유흥과 환락 속에 빠져 있음을 그리고 있다. 속화(俗化)된 신자들, 크리스마스이브를 유흥과 환락의 날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드러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름과 같다.
소설의 배경은 1960년이다. 주인공 ‘백인수’ 대위는 군대에서 군목(軍牧)으로 있다가 제대하였다. 그는 성품이 곧고 솔직한 대신 비사교적이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속물적인 세속 사람들이나 사이비종교인들을 볼 때마다 늘 못마땅해 하였다. 휴가를 나와서 후방에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사치하고 호화롭게 지내는 것도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제대한 그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돈을 벌어 잘 산다는 누이동생의 집에 갔다.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조그마한 사랑이나 동정을 보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놓고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성탄전야를 유흥 속에 보내는 누이동생 부부를 보면서 그는 환멸을 느낀다. 누이동생 집을 나오다가 방공호에 사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목격하자 그들을 돕는다.
일부러 불쌍한 어린이를 누이동생 집으로 데려가 크리스마스선물을 받게 한다. 누이동생 부부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이 소년에게 선물을 준다. 하지만 마음으로부터 사랑과 동정을 보내는 것은 아닌 것을 발견한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유흥 속에 보낸 누이동생 부부는 새벽에 집으로 찾아온 성가대는 환영하면서도 대문 밖 담모퉁이에 쓰러져 죽은 어린이는 발견하지 못한다. 성가대의 소리는 들렸어도 어린이가 구원을 요청하는 소리는 그들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사이자 작가인 전영택은 성탄전야에 들려오는 성가대의 노랫소리는 들었지만, 죽어가며 구원을 요청하는 어린이의 소리를 듣지 못한 세태를 비판한다. 그리스도 정신을 외면하고 성탄전야를 그저 즐기는 날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아프게 다가오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찬 요즘에는 보기 어렵지만, 작은 주택에서 다닥다닥 살붙이고 살았던 2 ~30년 전에는 성탄전야의 풍경은 그야말로 정겨움으로 가득했다. (저녁에는 가장들이 호주머니를 털어서) 산타클로스들이 집집마다 어린이를 찾아 작은 선물을 전하면서 예수탄생의 기쁨을 나눴고, 새벽녘에는 성가대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찬양소리가 동네 곳곳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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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풍경은 차츰 청춘들의 열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성탄전야는 '유흥의 날'로 자리잡는 듯하다. 미국 등 서양에서 살다가 조국을 찾은 젊은 세대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성탄전야가 젊은 연인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밤'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성탄전야에는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에 방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인들은 정작 아무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소비를 이끌려는 상술이 만든 결과이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이 땅 문화의 수준은 저급하기 짝이 없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세상에 왔다가 십자가형을 받고 죽은 분이 태어난 전날 밤을 유흥의 밤으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는 지양되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이렇다. 이 날 밤이 더 이상 '유흥의 밤'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과거의 성탄전야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뜻한 나눔이 있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듯’ 소리 없는 봉사와 나눔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 땅 구석구석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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