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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에밀리 브론테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by 언덕에서 2011. 7. 5.

 

 

 

 

에밀리 브론테 장편소설『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영국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Bronte Emily Jane.1818∼1848)의 장편소설로 1847년 발표되었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요크셔 지방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악마적이라고 할 격렬한 인간의 애증을 강력한 필치로 묘사한 이 소설은 작자가 가명으로 발표한 당시에는 완전히 묵살되고 비난까지 받았으나, 1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인간의 정열을 극한까지 추구한 고도의 예술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된다. 이 작품은 1939년 W. 와일러 감독으로 영화화되어 문예영화의 고전(古典)이라 일컬어졌다. 한국에서는 1952년에 소개되었다.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그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그녀의 언니 샬럿마저도 1850년에 출판된 소설의 서문에서 "어쭙잖은 작업장에서 간단한 연장으로 하찮은 재료를 다듬어 만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밀리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은 이 한 편의 소설과 완성되지 않은 단편적인 문장을 포함한 193편의 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불후의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작품 『폭풍의 언덕』에서 보이는 빛나는 감수성과 시적이고 강렬한 필치, 그리고 새로운 문학사적 의의 때문이다. 백 년이 지난 오늘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백경>과도 곧잘 비교될 만큼 깊은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소설 [폭풍의 언덕] 가계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요크셔의 외딴 농장 '폭풍의 언덕'의 주인 안쇼는 리버풀에서 데려온 고아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자녀 힌들리와 캐서린을 함께 키운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는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힌들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안쇼가 힌들리를 대학에 보내고 얼마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힌들리는 농장에 돌아와 히스클리프를 심하게 학대하며 부엌 골방으로 내쫓는다.

 학대 속에서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캐서린은 유복한 지주의 아들인 에드거와 알게 되어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학대하는 힌들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드거 린튼과 결혼을 결심한다.

 캐서린이 에드거 린튼의 청혼을 받아들일 뜻을 넬리에게 말하는 중에 히스클리프가 이를 엿듣고 절망하며 떠난다. 캐서린은 에드거와 결혼하게 되고, 3년 뒤 신사로 변모한 히스클리프가 돌아와 복수를 계획한다. 히스클리프는 힌들리를 자포자기하게 만들어 그의 재산을 빼앗고, 복수심에서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결혼하여 그녀를 학대한다.

 에드거가 집을 비운 사이, 히스클리프는 넬리에게 부탁해 캐서린을 만난다. 둘은 오랜만에 만나 애정을 확인하지만,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의 재회 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딸 캐시를 낳고 죽는다. 캐서린의 죽음에 슬픔에 잠긴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영혼과 재회하기를 기다리며 고통에 빠진다.

 캐서린이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지나고,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딸 캐시와 자신과 이사벨라의 아들 린튼을 강제로 결혼시켜 복수를 완성하려 한다. 그러나 아들 린튼은 곧 병으로 죽고, 히스클리프도 캐서린의 환영을 보며 세상을 떠난다.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으로 이어진 비극적인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끝나며, 마지막에 캐서린의 딸 캐시와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이 서로 사랑하면서 폭풍의 언덕에 드리웠던 갈등이 해소된다.

영화 [폭풍의 언덕], 1939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단 하나의 작품으로 불멸의 작가가 되었다. 요크셔 벽촌의 목사 딸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많이 받지도 않았으며 평생을 시골집에서 살다가 서른 살에 미혼으로 죽은 한 여성이 남기고 간 소설 하나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으며 전 세계에 독자를 만들어냈다. 정신적인 고독의 한계를 경험하며 상상력의 환영을 키우고 문학만을 친구로 삼았던 에밀리 브론테는, V. S. 프리쳇의 말에 따르자면 “자신의 상상력을 어두운 영혼에 내맡겼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세계 문학사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을 창조해 냈다.
 서른 해로 끝난 그녀의 삶에서, 그녀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1818년에 태어났고, 요크셔의 목사관, 그 시골, 그 황야를 떠난 적이 없다. 그곳의 풍광의 혹독함은 아버지의 혹독함에 어울렸다. …… 에밀리는 줄곧 정신적 고독을 지켜냈고, 그로부터 상상력의 환영들을 키워갔다. 그녀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밖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착하고 바지런하고 헌신적인, 상냥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모종의 침묵 속에 살아갔고, 외부 세계에서 그 침묵을 깨뜨린 것은 오직 문학뿐이었다.

「폭풍의 언덕」은 극단적인 사랑과 증오의 교차점이 전반적으로 낭만성이 풍기는 가운데 이어져 간다. 힌들리와 히스클리프, 에드거와 히스클리프, 캐더린과 히스클리프, 이들의 관계는 작품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갈등은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호흡하고 있다.

「폭풍의 언덕」이 발표될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를 너무 무리하게 다루었고, 노골적인 문체와 거친 문장으로 야만스러운 것,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6년 발표된 L.P 생리의 <폭풍의 언덕의 구조>에 의해 놀라운 구성력과 주의 깊은 집필이 증명되었고,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성이 인정되었다.

 

 

 궁벽한 시골구석에 묻혀 무명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여성에 의해 기적적으로 탄생한 『폭풍의 언덕』은 교훈적이고 도덕적이었던 당시 빅토리아 왕조의 이상적인 풍토에서 나온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개인의 실존에, 정열과 의지에,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진실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당대에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 흉측하고 음산하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대의 우리는 히스클리프에게서 교양이라는 울에 속박되지 않은, 애증(愛憎)이 진하고 적나라한 인간상을 볼 수 있다.

 본능적이며 야만적이기까지 한 히스클리프와 오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에게 끌리는 캐서린. 에밀리 브론테는 이렇게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의 인간을 창조해, 선(善)이냐 악(惡)이냐 판가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악이 한데 어울려 몸부림치는 인간 실존의 심연을 강렬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는 소설 문학상 하나의 놀라움이었으며 또한 하나의 헌신적인 암시였다.

 이 작품은 개관적인 입장과 이중적인 구조로 이야기의 주관과 객관을 함께 전달하는 효과를 얻고 있으며, 마지막에 취한 히스클리프의 행동은 작가의 혼이 짙게 밴 개성의 결과라고 보인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쳐 폭풍의 언덕에서 일어난 사랑과 애증, 복수의 인간 드라마이다. 캐더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요한 사랑이 가슴을 울리지만, 그런 복수극을 불러일으킨 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W.S. 몸이 <서밍업>(1938)에서 세계 10대 소설의 하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