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장편소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1874∼1965)이 1919년 발표한 소설로 제목에서 말하는 달은 고상한 것, 인간의 이상 같은 것을 말하고, 6펜스는 세속적인 일들을 상징한다. 6펜스는 가장 적은 영국 돈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 화가 고갱(1848∼1902)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고갱은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의 한 사람으로서 세속과 사교를 피하여 원시적인 생활을 하며 주변의 풍경과 원주민을 많이 그린 화가이다. 이 작품에서는 스트릭랜드가 고갱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는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고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비웃음과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평범한 주식중개인으로 처자가 있는 40대 남자이다. 이 남자가 돌연 무엇엔가 홀린 듯 처자를 버리고 파리에 나가 화상이 된다. 그는 그에게 호의를 보이는 선량한 친구의 부인과 정을 통하여 그 일가를 파멸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타히티 섬으로 이주하여 나병에 걸려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강렬한 그림을 그리다가 이 섬에서 죽는다. 이 작품에서 몸 자신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을 ‘나’로 등장시킨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 ‘달’은 때로 광기와 예술의 극치를 뜻하고, ‘6펜스’는 재산과 세속적인 명성을 갈망하는 감정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전형적인 런던의 증권 중개인이다. 37세의 아내와 16세 아들 그리고 14세 딸을 둔 한 가장의 아버지이다. 그는 문학 소녀적 취미로 문인들과 사귀길 좋아하는 사교계의 전형적인 부인이자 현모양처형인 그의 아내 에이미가 속물이라고 부를 만큼 무취미하고 예술 쪽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가정은 단란했으며, 앞으로도 증권 중개로 그가 벌어들이는 돈과 아내의 사랑, 또한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 등에 만족하며, 사회라는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써 다수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인생 방향에 따라 평범하고 단란한 삶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화가의 길을 택하여, 처와 자식들을 버리고 자신도 거의 무일푼인 채 파리로 떠나게 된다.
파리에서 그는 그림에는 전념할 수 있었지만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되어 굶주림과 병으로 인해 쓰러지고 만다. 이때 그의 천재성을 인정했던, 네덜란드의 상업 화가이자 호인인 더크 스트로브는 아내 블랑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에 데려가 극진히 간호하여 회복시킨다. 그러나 이때 남편을 도와 스트릭랜드를 간호하던 블랑시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를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결국 더크가 스트릭랜드로부터 받은 보답이란 조롱과 아내의 배반이었다. 하지만 워낙 좋은 사람이라 그는 그들을 자기 집에 살게 하고, 아내가 자기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결국 동거 생활 중에 블랑시는 음독자살로 죽게 된다. 스트릭랜드가 그녀를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더크는 슬퍼하긴 했지만 스트릭랜드가 동거 생활 중에 그린 블랑시의 나체화에 담긴 천재성에 감탄, 그에 대한 원한도 잊고 네덜란드로 같이 가서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마르세이유로 자리를 옮겨 부랑자와 같은 생활을 한다. 우연한 기회로 배를 얻어 타고 그가 원하던 동쪽, 타히티로 가게 된다.
그곳은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조금의 돈이라도 생기면 밀림으로 들어가 그림에 열중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토인 처녀 아타를 현지처로 맞아 자식을 낳는다. 결혼 후 3년 동안은 그의 일생 중에 가장 행복한 때였다. 왜냐하면 아타의 소유지에서 그는 자연에 파묻혀 그리고 싶은 것을 맘대로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복도 얼마 되지 않아 나병에 걸려 깨어진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불행하지 않았다. 필생의 대작을 그가 살던 오두막의 벽 전체에 걸쳐 그려 놓고 영원한 휴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작들은 그의 유언에 의해 오두막과 함께 불태워 진다.
『달과 6펜스』는 비정상적인 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한 예외적인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만은 볼 수 없다.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은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몸은 런던의 문단과 사교계의 속물들, 마음은 순진해도 고뇌하는 예술 정신은 없고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로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같은 인물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풍자적인 소설가로 분류되는 서머싯 몸은 영국인이 빠져들기 쉬운 속물 근성이나 위선자적 경향을 냉철하고 비정한 필치로 파헤친다.
『달과 6펜스』는 예술지상주의, 탐미주의 성격이 강하다. 스트릭랜드라는 특이한 인물 설정과 예술에 이바지한 주인공의 뼈저린 삶과 고행, 고독한 형극의 생활 등은 예술을 위한 예술의 추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가 예술에 집착하는 태도 역시 그러한 느낌을 갖게 하며, 예술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돌보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삶은 예술을 위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필연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는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가 순도 있는 문학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기여한다는 대중성의 작가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평을 듣기도 하였다.
♣
『달과 6펜스』는 화자인 ‘나’의 스토리 전개와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의 사건 전개, 그리고 증언자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화자와 주인공, 증언자의 전달 과정 구성은 전근대적이고 평면적인 작위성을 보일 뿐으로 기법상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의 개성적인 삶만 강조되었을 뿐 그 외의 인물에 대한 묘사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다는 것은 소설로서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서머셋 모옴의 작가적 역량과 그 역량의 바탕 위에 그려진 작품의 신선한 흥미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영혼의 평안과 예술 세계의 완성을 위해 모든 인간적 가치들을 무시해 버리는 스트릭랜드의 삶은 평범한 우리들에게 일종의 외경심을 갖게 한다.
'외국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진 장편소설 『차가운 밤(寒夜)』 (0) | 2011.04.15 |
---|---|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 (0) | 2011.04.13 |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 장편소설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0) | 2011.03.30 |
앤드류 포터 단편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The Theory of Light & Matter)』 (0) | 2011.03.23 |
오가와 이토 장편소설 『초초난난(蝶蝶なんなん)』 (0) | 2011.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