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ノルウェイの森)』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의 장편소설로 1987년에 상하 2권으로 발표한 청춘 연애소설이다. 원제(原題)는 ‘노르웨이의 숲’이다. 현대 감각과 도시인의 센스, 청춘에 대한 추억을 담은 정통적인 연애소설로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현상이라는 말을 낳았다.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반딧불>을 바탕으로 쓴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로 현대 젊은이들의 냉철한 허무감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그때까지 일본에서 유행하던 불륜소설에 싫증을 느낀 젊은이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지면서 순애문화(純愛文化)의 붐을 이루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40대가 된 와타나베는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하면서 나오는 '노르웨이의 숲'이란 비틀즈의 노래를 듣자 격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20년 전 알았던 나오코란 여자가 떠오른 것이다.
와타나베는 고교 시절에 친구는 기즈키 뿐이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어서 대인 관계가 썩 좋지 않았고, 말을 건네오는 유일한 사람은 기즈키였다. 언젠가부터 기즈키의 여자 친구인 나오코까지 셋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기즈키가 자살을 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와타나베에게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죽음은 심각한 사실이고, 모든 것은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확신이다.
1년이란 시간이 흘러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도쿄에서 우연히 나오코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의 20살 생일날에는 같이 밤을 보내었다. 그 이후로 나오코와 연락이 끊어지고 만다. 와타나베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오코에게서 편지가 온다. 그녀는 가벼운 정신병으로 요양 중이었다. 그는 '아미료'라는 요양원에 나오코를 만나러 가서 레이코 여사를 알게 된다. 레이코 여사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기 위한 콩쿠르를 준비하던 중 손가락이 마비되어 꿈이 좌절되었다. 그 충격으로 정신이 가끔씩 이상해지고 불안해지면서 '아미료'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아미료'에서 와타나베와 나오코, 레이코 여사 이렇게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나오코는 자신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레이코 여사는 밤마다 나오코가 좋아하는 '노르웨이의 숲'을 연주해 준다.
개강이 되어 학교에 돌아온 그는 학교 후배 미도리를 알게 된다.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늘수록, 그녀를 조금씩 알수록, 그는 미도리를 사랑하게 되지만 나오코 때문에 미도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기즈키를 못 잊던 나오코는 자살을 하고, 와타나베는 그 여파로 두 달 동안 힘든 방황을 한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서 미도리에게 전화를 건다.
"사랑한다고. 할 말이 많다...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다... " 미도리를 부르면서 이 소설은 끝난다.
작자가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로 보인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저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일 것이다.
인간군상의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다양하고 이질적이다. 그것은 그 주체들이 존재하는 공간의 문화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동시대의 평범한 한국인이 읽기에는 상당히 이질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난 후 일본인의 성생활이 무척 문란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여자와 동침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와타나베는 두 여자를 사랑하면서 특히 나오코를 사랑한다면서 그녀가 죽은 뒤 그녀와 가장 친했던 레이코 여사와도 성관계를 맺는다. 이렇듯 이 소설의 한 구석에는 일본 특유의 불륜이 자리잡고 있다. ('불륜'이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으면 '방종'이라고 해두자) 반면 미도리는 와타나베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자 자신의 남자관계를 정리하고 와타나베에게 전념한다. 작가가 말하는 순정의 개념이 헷갈리는 부분이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순정과 방종이 양립해도 무관한 연애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
이 소설은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무라카미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연 장편 소설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무려 6백만 부의 판매기록을 세운 빅 베스트셀러로, 대학 분쟁에도 휩쓸리지 않고 면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섹스에도 능한 주인공 '나'와, 각각 다른 이미지의 세 여인 나오고, 미도리, 레이코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식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 출판되어 많이 팔렸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제대로 된 비평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 뒤, 이 소설을 전형적인 순수 문학의 풍속화로 보고, 하나의 유행 현상으로 파악하려는 논의가 일본 문단을 중심으로 해서 들끓었다. 날카롭게 대립된 찬반양론이 이 작품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것이다. 어느 시대에서나 이와 같은 첨예한 찬반양론은 동시대 또는 그 사회에 대한 관점을 뚜렷이 구분하기 마련이다. 작품이 지니는 에로스의 힘은 근본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수성이나 세계관의 여하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 작가를 놓고 볼 때, 현대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으로 생각해도 좋다. 그렇다면 이 작가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거나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견해는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무릇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작가에 대해 언급하는 이는, 그를 어떻게 옹호하고 있으며 어떻게 부정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시대적 평가를 받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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