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1931년 [대경영화양행]이 제작하여 [단성사]에서 개봉한 흑백 무성영화이다. 이구영 감독이 연출을 하였고 시마다(島田)가 제작을 맡았다. 이명우가 촬영을 하였는데 이 영화에서 이동촬영을 시도하였으며 손용진이 현상을 맡았다. 이경선ㆍ김연실ㆍ심영ㆍ윤봉춘 등이 출연한 통속영화이다.
조중환(趙重桓: 필명 조일재)이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연애소설 <장한몽(長恨夢)>이 1920년 연쇄극, 1926년에 무성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크게 성공하였던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하였다. 상편은 〈매일신보〉에 1913년 5월 13일부터 10월 1일까지, 중·하편은 1915년 5월 25일부터 12월 26일까지 연재되었다. 원작은 일본의 오자키 고요[尾崎紅葉]가 1897~99년에 발표한 〈곤지키야샤 金色夜叉〉이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으며, 물질적 가치보다 귀중한 것은 사랑임을 그리고 있다. 특히 후반부는 번역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원작보다 내용이 풍부하다. 이 작품은 당시에 신파극으로 공연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수일과 심순애는 서로 사랑하고 백년해로를 기약하였다. 그런데 순애는 갑부 김중배의 유혹에 넘어가 수일을 버리고 김중배에게 시집을 갔다. 이수일은 돈에 한이 맺혀 돈을 모으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일본인 밑에서 고리대금업을 하여 마침내 큰돈을 벌게 된다.
한편 순애는 첫사랑 수일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다가 결국 병을 얻어 앓게 된다. 수일은 순애의 소식을 듣고 달려가 만난다. 두 사람은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함께 다시 출발하기로 약속한다.
조중환은 1912년 윤백남과 함께 극단 문수성을 만들었고 일본의 작가 도쿠토미 로카[德富蘆花]의 9막으로 된 〈불여귀 不如歸〉를 10막으로 번안하여 원각사에서 공연하고 배우로도 출연했다. 또 일본 작품 〈자기죄 自己罪〉를 번안한 〈쌍옥루〉를 1913년 4월 혁신단에서 공연했고,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의 〈곤지키야샤 金色夜叉〉를 번안한 〈장한몽〉(매일신보, 1913.5.13~10. 1)은 뒤에 연극으로 상연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어 창작신소설 〈국(菊)의 향(香)〉(매일신보, 1913. 10.2~12.28)도 발표했으나,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한국 최초의 희곡 〈병자삼인 病者三人〉(매일신보, 1912. 11.17~25)을 발표한 데 있다. 〈병자삼인〉은 전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능력 있는 세 아내와 그녀들의 열등한 남편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소극(笑劇) 형태로 다룬 작품이다. 1922년 윤백남과 더불어 민중극단의 극작가로 활동했으며, 말년에는 역사소설 〈금척의 꿈〉을 발표했다.
♣
순수한 사랑(純愛)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순애는 멜로드라마에 나타나는 순애보의 원형에 해당하고 봉건과 근대가 뒤섞인 인물이다. 대동강변에서 자유연애를 하는 신여성이었는데 부모가 시키는 대로 부유한 권세가와 결혼하면서 봉건질서를 뛰어넘지 못하였다.
이혼은 엄두도 못 내고, 오직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학과 비탄에 잠겨 괴로워하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남녀에게 가족제도·권력·부 등 장애물을 만들어놓는 멜로드라마의 전술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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